도청으로 골치 앓는 닉슨, 독일계 아닌 일본사람을 참모로 썼더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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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쯧쯧, 닉슨이란 양반 골통도 나쁘지. 아, 일본사람을 썼더라면 아무 탈 없었을 것을, 하필 독일계 사람들을 써 가지고 저 꼴이람….』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을 두고 요새 런던 사랑방들에서 흔히 나도는 우스개 소리다. 독일계라는 건 물론 홀드먼 엘리크먼 클라인딘스트 등 도청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듯한 독일계 성을 가진 백악관 고급참모들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들 대신 일본사람을 썼던들‥하는 까닭은 세 가지다.
일본인은 독일인보다도 오히려 더 조심스럽고, 전자 기기 다루는 솜씨도 낫고 또 설혹 어쩌다 꼬리가 잡혔으면 그 자리에서 하라끼리를 해서 자결해 버렸을 테니까 백악관은 끄떡 없었을 게 아니냐는 거다.
물론 익살이다. 사실 요새 세상에 하라끼리를 해 버릴 사무라이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익살이 나돌만한 폼으로 봐선 이쪽 사람들의 일본인 관도 꽤도 달라졌나보다.
『속은 깊으면서 손재주들은 희한하고, 그런가 하고 있으면 소름 끼칠 광열성도 품고있는 인종들.』 요즘 서양인들 눈에 비치는 전형적인 동양인형이란 대저 이런 거래도 어림없는 얘기는 아닐 성싶다. 그렇게도 됐다. 이거다 하는 전자 기기는 거의가 게다 나라 일제 다.
되놈들이 수소탄을 터뜨린다, 지게를 지고 다니던 한국에서 30만t짜리 유조선이 나온다는 얘기도 들린다.
뿐이랴, 당수를 한다, 태권도를 한다 하면 주먹 하나로 벽돌장이 묵사발이다.
뭐, 꼭 이래서여서는 아니겠지만 요새 런던에서는 로버트 게이러라는 인류학자가 황색인종 우월론 이란 걸 가지고 런던 타임스 사주를 상대로 명예훼손 송판을 벌여 심심찮은 화제거리다.
싸움의 발단은 톰슨 사주 소유의 선데이 타임스가 게이어 씨의 황색인종이 최고다 론을 인종 주의적 편견이라고 때린 것이 게이어씨의 자존심을 건드린데 비롯했다. 게이어씨의 문제의 주장은 이랬었다-
동물에서 인간의 범주로 들어선게 황색인종은 35만년 전, 백인종은 그보다 뒤늦은 27만년 전, 흑인은 7만년 전…. 운운, 이하생략.
진짜 동양인들은 잠자코 있는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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