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가를 통해 본 불교의 토착화|한국 종교 학회 월례 발표회|김운학 스님 논문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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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 종교 학회는 7일 하오 서울대 문리대에서 제14회 월례 발표회를 가졌다.
무더운 여름날씨 속에 가진 발표회는 김운학 교수 (동국대)의 『향가를 통해본 불교의 토착화』, 최동희 교수(고려대)의 『안정복의 천학 비판』, 유승국 교수 (성균관대)의 『갑골복사를 통해 본 은대의 종교 문화』 등이었다.
특히 이날의 발표에서 김운학 교수는 『현재의 한국 불자가 선종을 표방하면서 차원 높은 종지를 얘기하며 그 역사를 먼 신라에까지 소급시키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 가장 성했던 신라의 불교는 실상 이런 고차적 선이나 화엄 같은 철학에서 오지 않고 미타·미륵 같은 정토사상이나 관음 신앙의 서민적 기원 속에서 발견되고있다』고 설명, 주목되었다.
일본 구택대에서 불교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김운학 스님은 선 불교나 화엄학으로서 대표되는 신라 불교의 면모보다 실상 정토 사상이나 관음 신앙의 서민적 기원 속에서 발전해온 신라 불교가 더 중시되어야겠다는 것이다.
그 이론의 전개를 위해 그는 종래 국문학자의 전유물로 되었던 신라 향가를 연구, 이에 비친 불교 사상의 토착화를 설명한 것이다.
지금 전하는 향가 25수를 분석한 그는 당시의 대중 가요인 향가들은 총체적으로 자력의 선이나 교학 같은 철학보다는 정토사상이나 관음 신앙과 같은 타력과 밀교적 신비 속에서 대중 속에 스며들고 토착화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화엄학의 영향을 보이는 『보현 행원가』와 같은 것도 있으나 이것도 그 내용보다는 그 효과의 신비적 효능 때문에 일반에게 널리 외어졌던 것이라는 것이다.
25수 중 19수가 스님의 작품인 만큼 향가는 불교 문학이라 할 수 있지만 사상면에서도 정토·관음 사상, 밀교적 성격이 단연 우세하다는 것.
정토 사상을 표현한 것으로 광덕의 『원왕 생가』, 월명의 『제망매가』, 영재의 『우적가』 같은 미타 정토 사상의 작품과 월명의 『두솔가』, 충담의 『찬기파랑가』 등이 있다.
이 중 특히 『찬기파랑가』는 당시 미륵 정토를 현실의 이상으로 삼은 화랑 노래한 미륵사상으로 보여 「화랑의 문학」과도 관련된다. 월명·융천·충담 등이 모두 국선이었던 점은 「화랑의 문학」과 「불교 문학」과의 연결을 짐작케 한다는 얘기다. 구난 구고의 관음 신앙의 예로 보이는 희명의 『도천수대비가』도 실상 정토 사상과 연결된다.
광덕의 『원왕생가』 역시 관음 신앙 배후의 정토 사상을 표출한 것이다. 한편 『헌화가』는 관음 사상과 연결된다.
이같이 설명한 운학 스님은 정토 사상과 관음 신앙이 오늘에도 한국 불교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음을 지적, 원왕생가의 「원왕생 원왕생」은 오늘날 상용 시식 편에도 전하며, 관음 신앙도 천수경 같은 것에 모든 의식의 가장 필수적 과목으로, 외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원효의 서민 대중 불교 사상은 곧 원왕생가와도 연결되는 것이며 이것으로써 불구의 토착화는 가능했던 것.
그러나 신라 불교의 서민성은 고려 불교의 귀족적 성격과 엄격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었다.
신라 정신의 「심벌」이랄 수 있는 화랑 사상이 정토 미륵 신앙적이며 또 귀족·서민 관계적인 것임을 봐도 알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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