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49수, 생사마저 잊은 대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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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1국
[총보 (1~349)]
白·한국 曺薰鉉 9단 | 黑·중국 王 磊 8단

바둑판이 수로 촘촘히 메워져있다. 대국이 끝났을 때 공배가 하나도 없는 기이한 현상도 일어났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얼마나 처절하고 지독하게 싸운 한판인가. 쌍방 칼날 아래 목을 디민채 유혈 낭자한 전투를 벌였다.

3백49수. 참 긴 수수다. 근래 이렇게 긴 바둑을 본 적이 없다. 바둑판 3백61, 그중 3백49로가 메워졌으니 빈칸이 12개만 남아 있어야 하겠지만 패를 많이 한 탓에 40여개의 공백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생사는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두 기사 모두 1분 초읽기에 몰린 채 사투를 벌여야 했기에 결정타(247의 곳)를 서로 외면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曺9단은 그곳을 놓쳤지만 이겼다.

승리했지만 그 역시 상처투성이였고 아슬아슬한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어야 했다. 曺9단이 이토록 급박한 가운데 262의 곳을 발견한 것은 놀라웠다.

262는 바로 '참고도' 백1의 곳이다. A의 패를 따낼 차례에서 이곳이 급소임을 느낀 것은 승부사 조훈현의 본능이자 육감이었다.

왕레이8단이 먼저 이곳을 두었다면 승리는 왕레이의 것이었다(120.127=114,123=117, 205.237.253=199, 228.235=224, 233=225, 234.250.255=202, 239.245.339.344=183, 242.248.342=188, 263=43, 266=44, 268=254, 308=33, 311.317.323=173, 314.320.325=274, 335=236, 340=214, 341=210, 345=121, 349=296). 백12집반승.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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