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여름「스테미너」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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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멜버른·올림픽」때의 일이다. 모든 운동 중에서 가장 강력한 「스태미너」를 요구하는 경영에서 사상 최연소로 3개의 금「메달」을 획득, 신화를 남긴 「머리·로즈」는 기자들이 『그같이 왕성한 「스태미너」가 어디서 생긴 것이냐』고 묻자 서슴지 않고 『나는 철저한 채식주의자』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당시의 영양학적인 지식으로는 「머리·로즈」의 간절한 대답을 이해하기 어려웠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것은 지금 우리 나라의 많은 의사들이나 영양학자들이 판에 박은 듯이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건강할 수 있고 「스태미너」가 증강되는 것』이라고 되풀이 강조하는 것을 보아도 충분히 짐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즈」의 지극히 간결한 대답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폭탄적 선언으로 들인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러나 장수 의학자들에게는 「로즈」의 대답이 전혀 새롭지 않다. 지극히 당연할 뿐이다.
왜냐하면 체험과 통계와 그리고 실험을 통해 육식보다 채식이 「스태미너」의 증강에 보다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왕성한 「스태미너」는 현대인이 무엇보다 동경하는 대상이다. 미분화된 경쟁적인 현대사회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조건으로 꼽히기 때문에 「스태미너」는 현대인이 쟁취하고 싶은 가장 중심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체력·정력·끈기·인내력 등을 나타내는 「스태미너」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어떠한 댓가라도 지불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생활에 필요로 하는 「스태미너」는 그처럼 바동댄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주 간단히 얻어질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합리적인 식생활이다.
현대 영양학에서 강조하는 「칼로리」로 따져 영양실조를 일으키기 딱 알맞은 식생활을 하는데도 왕성한 「스태미너」와 장수를 자랑하는 선승들의 예는 이미 소개한 바 있다. 「스태미너」와 고「칼로리」를 연결짓는 착상부터가 잘못이라는 반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학문으로서 아직 미완성인 영양학이 그 중심사상을 지나친 「칼로리」만능 쪽으로 치우쳤다는 데 애당초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동물성 단백식품인 육류가 오히려 「스태미너」를 약화시킨다고 주장되어 지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동물성 단백질을 권장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스태미너」를 기르는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진기한 정력강장제나 고가의 보약, 또는 구하기 힘든 미약 따위에 기대를 거는 것처럼 어리석은 행위가 없다.
그 좋은 예로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있다. S의대의 M교수는 우리 나라에서 내분비 계통의 최고 권위. 유명한 모고관이 날로 「스태미너」가 떨어진다면서 그에게 좋은 처방을 바랐다. M교수는 그 고관에게 시중에서 흔한 소화제를 중국에서 들여온 정력강장제라고 주었다.
며칠 뒤 M교수는 그 고관으로부터 『선생님이 처방해주신 그 정력강장제(?)를 복용했더니 놀날 정도로 「스태미너」가 증강되었습니다. 1주일 분만 더 지어주십시오』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태미너」저하의 원인이 바로 「밸런스」를 잃은 식생활, 즉 동물성 단백질이 과잉된 편식에 있었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스태미너」를 증강시키는 건강식이라는 것은 단백질성식품·야채·과일 등으로 각 영양분이 골고루 갖추어지도록 식단을 꾸민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영양가가 높은 식품이라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스태미너」를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한다.
소위 강정식품을 잔뜩 먹고 『「스태미너」가 좀 증강되었겠지』하고 자신만만해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을 뿐이다.
인생은 결코 1백m를 달리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강정식품을 잔뜩 먹고 일시적으로 「스태미너」가 다른 사람보다 우세해졌다고 자랑할 것은 못된다.
문제는 인생이라는 장거리경주에서 이길 수 있는 「스태미너」를 기르는 것이다. 일생동안 지속되는 체력과 내구력을 어떻게 기르느냐가 건강장수의 문을 여는 관건이라고 하겠다. <김영치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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