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사 직원과 공모…문제지 빼내|입시 문제 누설 사건-주범 오등 일당 5명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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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시내 일부 고교와 대학교 입시 문제 누설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수사국 강용구 부장 검사는 4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불광동에서 이 사건의 주범 오성 (일명 오행근·51)과 모여대 입시 문제지를 빼내온 이동일 등 일당 5명을 검거했다. 주범 오의 검거로 검찰은 앞으로 입시 문제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중점적으로 벌일 방침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검거된 주범 오로부터 대학교와 고등학교 입시 문제를 빼돌릴 때 해당 학교 문제지의 「프린트」 및 제책 업무를 도와준 「프린트」사 직원들과 공모했다는 진술에 따라 수사 대상 학교의 단골 「프린트」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문제 유통 과정에서 감독 소홀한 점이 밝혀지면 해당 학교의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따지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수사에 따르면 주범 오가 친구 이순식 (검거)을 통해 모여대 시험 문제와 제책 사무에 종사하는 전광명사 「프린트」 직원 이동일을 포섭, 이동일은 동료인 조기춘과 짜고 지난 1월7일부터 모여대 총장 공관에서 시험 문제를 인쇄할 때 금년도 입시 문제 중 공통 과목 전부와 선택 과목 1과목 문제지를 빼냈다는 것이다.
이동일의 진술에 따르면 입시 문제 인쇄기간 중 외부와 차단된 채 숙직실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시험 문제를 입수한 뒤 빼돌리지 못하다가 시험 전날인 1월15일 새벽 3시 감독자들의 눈을 속여 변소에 가는척하고 빠져 나와 당초 오와 약속한 지정 장소에 문제지를 던져주는 방법을 썼으며 이 문제지가 오를 거쳐 응시생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고등학교의 경우 출제 및 인쇄 관계자들이 합숙을 할 때 외부에서 음식을 날라온 종업원 등을 통해 문제지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검찰에 의하면 오등은 시험지 인쇄기간 중 단골 식당의 종업원을 매수, 음식을 다 먹은 뒤 빈 밥 그릇 속에 시험지를 꾸겨서 넣어 날라 오게 하거나 종업원에게 전달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지를 빼낸 이동일은 시험이 끝난 뒤 오와의 약속대로 시내 모다방에서 1백만원을 받아 조기춘과 50만원씩 나눠가졌다고 말했다.
검찰에 의하면 주범 오는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수년동안 복역한 적이 있는 전과자로 그동안 서울 동대문과 전남 목포에서 서적상을 경영한 적이 있다고 했다.
검찰은 3일 밤에도 10여명의 부정 응시생과 학부모들을 소환, 「브로커」 조직과의 접선 경위 등을 따지는 한편, 「브로커」 조직에게 돈을 준 학부모들에 대한 형사 입건 여부를 검토중이다.
검찰은 이날까지의 조사에서 오등 입시 「브로커」 조직이 금년 입시 때 전기고교인 K고교에 10명, 후기교인 J고교에 10명, 모여대 5명을 각각 부정 입학시킨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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