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피로감 … 대통령·새누리·민주당 지지율 동반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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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은 추석 직전이었던 9월 초였다. 중앙일보 9월 6~7일 조사에서 69.1%, 한국갤럽의 데일리 오피니언 9월 둘째 주 조사에서 67%를 기록했다. 그러나 추석 이후 대선 복지공약 후퇴 논란, 국정원 댓글 문제로 인한 민주당의 장외 투쟁 등이 이어지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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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최근 20일 이상 계속되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향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28일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박 대통령 지지율은 51.4%였다. 지난 9월 조사에 비해 17.7%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지난 대선 때 얻었던 득표율(51.6%) 수준이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50% 이하(4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지율 자체뿐 아니라 세대별 지지율의 양극화 현상도 주목된다. 9월만 하더라도 20~30대의 박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50.7%, 58.8%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22.8%와 26.2%에 그쳤다. 고연령층은 정치적 사안과 무관하게 박 대통령에 대해 꾸준하게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저연령층은 급속히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빠졌지만 그것이 야당 지지도 상승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9월에 비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줄어든 대신 “지지 정당 없음”, 즉 ‘무당파’가 늘어났다. 새누리당은 37.7%에서 30.7%로, 민주당은 12.1%에서 9.9%로 각각 하락한 반면 ‘무당파’라고 응답한 비율이 26.3%에서 34.1%로 상승했다.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이번 조사에선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22.8→23.6%).

 ‘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지는’ 양극화(Polarization)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 여당이 먼저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과 교착 국면을 풀어낼 힘을 정부 여당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에선 비주류를 중심으로 청와대의 강공 일변도식 국정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개인 성명을 통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정치공백’을 메우는 데는 실패했다. 야당과는 물론 청와대와도 대화다운 대화를 못해봤다”며 “집권당 의원으로서 역할이 무엇인지 자괴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김지연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 부사장은 “노조와 야당도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민영화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감안해 진영 논리에 갇혀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진 민주당에 대해선 책임 있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R&R의 배종찬 본부장은 “민주당이 대선 댓글과 같은 과거 이슈에 대한 투쟁에만 집착하다 보니 ‘새 정치’를 내세운 안철수 신당에 미래 이슈를 선점당했다”며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아져도 그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안철수 신당이 챙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야당이라고 무작정 싸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집권 비전과 민생 콘텐트를 함께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 민주당엔 그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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