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검찰 기수문화의 폐단 더 깊게 다뤘으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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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호 30면

12월 22일자 중앙SUNDAY의 ‘미리 본 2014년 지구촌 기념일’은 세계사의 중요한 기념일을 신년기획으로 소개한 신선한 시도였다. 보통 신문의 신년기획으로 으레 등장하는 게 신년의 주요 일정이지만 그와 다르게 수백 주년을 맞이하는 각종 사건들을 자료 사진과 함께 보여 주니 이보다 더 재밌는 역사책이 없을 듯하다. 정치적으로 주요한 사건뿐 아니라 코카콜라 법인 설립 125주년 등 대중문화의 굵직한 사건들도 포함돼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사소하게 보이는 것 하나하나에도 정성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국가 부흥의 원천이 기념일 잘 지키기에 있다’는 기획 의도도 잘 다가왔다.

‘전관예우 부추기는 기수문화’에서 지적된 검찰의 인사관행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기사가 1면 상단에 실렸길래 문제 지적을 넘어서는 이슈화와 대안 제시 등 심층분석 기사를 기대했다. 하지만 5면에 실린 관계기사는 인사 관행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전관예우 문제만 다뤄 아쉬웠다.

‘스탈린 모델로 본 장성택 처형과 김정은 체제 앞날’ 기사는 두 개 지면을 차지했지만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소련 프리즘으로 본 장성택 처형’이라고 소개해 그동안 언론에 나온 기존 분석과는 다른 독특한 해석이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소련 모델과 비교한 분석은 ‘정적을 없앤 1인 독재 강화’라는 짧은 내용에 그쳤다. 나머지 전문가들의 분석은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목만 보고 책을 샀는데 내용이 제목과 달라 허탈한 느낌이랄까. 제목이 독자의 시선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사 내용과 일치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 왜?’ 기사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대자보 열풍의 원인을 정치적 색안경을 끼지 않은 채 문화사회학적 시각으로만 해석했다. 보수·진보세력이 대자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상황에서 나름 색다른 분석이었다. 대자보 열풍 뒤에는 현재 정치상황에 대한 불만이 적잖게 담겨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와 여당도 무엇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고 있는지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생이 쓴 대자보만도 못한 정부 홍보·소통의 무능함을 꼬집은 31면 ‘대자보 독해법’ 칼럼은 무릎을 치게 만들 정도로 상황을 잘 비유한 고사성어가 곁들여 있어 재밌게 읽었다.

S매거진은 표지부터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재즈가수 나윤선 인터뷰는 그가 왜, 어떻게 재즈가수가 됐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친절하게 배려한 글이었다. 특히 나윤선의 재즈가 유럽에서 환호받는 이유에 대해 어려운 음악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쉽게 설명한 점이 좋았다. S매거진은 뒷면부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와 고전문학 서평들은 한 주 동안 S매거진을 기다리게 만드는 글들이다.



유희연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문화일보 정치부·사회부·국제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전업주부로 여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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