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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막신 시대 걷는 공중보건 시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보사부의 공증보건시책이「나막신」시대를 걷는다. 사회변천에 따라 각종 질병발생은 자꾸만 변하는데 보건사회부의 공중보건 시책은 반세기이래「염병치다꺼리」에 맴돌고있다. 보사부 집계 자체로도 60년대이래 각종 전염병이환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있으면서도 사회 변천에 따라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고혈압·심장병·암·정신병 등 성인병 치료방지에는 대책도 없고 기본적인 통계 숫자마저 없다. 보건관계자들은 국민의 보건시책을 전염병 관리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평균수명 연장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정책전환을 세워야할 때라고 말하고있다.
23일 보사부 발행 연도별 보건사회 통계연보에 의하면 각종 법정 전염병이환율 (인구10만당)은 이미 50년대와 60년대 초에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종 전염병(「콜레라」·「장티푸스」·천연두 등 11가지, 2종 일본뇌염포함)은 1910년부터 49년까지 40년 동안 연간 50∼1백명의 이환율을 보이며 위세를 떨쳐 왔으나 51년을 고비(8백45.5명)로 크게 약화, 20년째 줄 곧 20∼30명선에 머무르고 있다.
70년대에 접어 들어서는 더욱 미약해져 ▲70넌=20.0명 ▲71년=13.0명으로 감소일로-.
특히 1종 중 ▲천연두와 재귀열(재귀열)은 62년부터 12년째, 단 1명의 발병이 없고 ▲발진 「티푸스」는 68년부터 6년째 각각 환자발생이 전연 없으며 ▲성홍열(성홍열)은 52년부터 연간 고작 5∼6명이 발생, 사망자가 모두 3명으로 나타났고 ▲「마라티푸스」는 68년부터 사망자가 사라지는 등 11가지 전염병 중 절반 가량의 전염병이 유명무실하다.
그 가운데 천연두는 12년째 단 1명의 발생이 없었는데도 매년 3백만명분의 예방접종과 대책비로 예산 5백만원을 책정, 되풀이 실시하고 있고 그밖에 전염병 대책비도 기껏 책정만했다가 쓸모가 없기 때문에 이리저리 전용하는 타성만 저지르고 있다.
2종 전염병(백일해·소아마비·홍역 등 7가지, 일본뇌염제외) 또한 62년을 고비로 크게 줄어 근년엔 모두 1만2천∼2만4천여명의 발생상황. 사망율은 더욱 떨어져 연평균 3백∼5백명까지 희생되던 것이 63년=54명, 64년=79명, 65년=23명, 69년=13명, 70년=10명, 71년=7명으로 거의 미미할 정도.
이 같은 전염병관리 일변도의 시책에만 치중할 뿐 사회변천에 따라 갈수록 느는 고혈압·심장병·당뇨병·암·정신병 등 문제의 성인병을 비롯한 비 전염성질환 관리는 해방이후 계속부재 상태-. 조기발견을 위한 검진「서비스·진료·계몽 등 모두가「제로」상태이다.
심지어 57년에 질병상해 통계조사를 시작, 모처럼 보인 비 전염성질환에의 관심도 인력과 경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68년부터 중단, 환자의 발생과 사망추세마저 모르는 실정이다.
게다가 당시의 질병상해조사 또한 첫해인 57년만에 전국 51개 병원급 의료기관을 상대로 1년치(53년도분)를 집계했을 뿐 이듬해부터는 연중 1일을 선택, 당일의 전국 외래환자와 1개월간의 퇴원환자를 집계한 것으로 자료로서는 쓸모없는 것.
이에 따라 보사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비 전염성질환 환자수는 ▲53년의 경우 병원급 외래가 24만9천1백79명이고 ▲66년8월1일의 전국 외래는 7만1천5백86명이며 ▲그 해 7월에 4백32명의 암환자와 2백89명의 순환기계(고혈압등) 환자가 입원, 12명과 11명이 사망했다는 등의 막연한 추세뿐이다. 한편 이 같은 절룸발이 보건 시책에 대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허정교수는 지금까지의 전염병 관리시책이 평균 수명을 40세에서 60세까지 올리는데 기여한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는 퇴행성질환이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50년대초에 공중보건 시책의 주류를 성인병으로 돌렸다고 밝히고 『우리나라도 70년에 평균 수명이 남자는 63세, 여자는 67세로 올라간 만큼 벌써 공중보건 시책의 정책전환이 시급하다』 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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