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아베, 쌓아온 국제 신뢰 파괴" 닛케이 "내셔널리즘 폭주 조장할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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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들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대해 27일 일제히 융단폭격을 가했다.

 주요 신문 중 극우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을 빼고는 아베의 참배를 비난하는 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그동안 아베 정권에 우호적 입장을 취해 오던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야스쿠니 문제만큼은 아베 편을 들지 않았다. 2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에서 이 질문이 나와 스가 장관이 멋쩍어하는 장면도 있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총리가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이 참배를 정당화할 순 없다”며 “전후 70년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언제까지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신문은 또 편집위원 칼럼을 통해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가) 전범을 숭배하는 것처럼 오해에 입각한 비판이 있다’고 말했지만 전쟁을 지도해 도쿄재판에서 책임을 추궁당한 A급 전범이 1978년에 합사된 현실은 무겁다”며 “패전국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쌓아온 전후 신뢰의 토대를 총리가 파괴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또 “상대국을 화나게 만들어 놓고 (한국과 중국과의) 우호를 외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사설에서 “지금 일본은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굳이 국론을 양분하는 정치적 혼란을 일으킴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칼럼에서 “애국심은 때로는 너무 뜨거워져 인권 경시와 주변국과의 마찰 등을 초래하고 지도자의 의도를 넘어선 내셔널리즘이 폭주하게 된다”며 “그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진정시키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정치부장이 쓴 1면 칼럼에서 “참배로 아베의 사적 욕구는 채워졌겠지만 그 대가로 잃게 되는 국익은 크다” 라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도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에)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하지만 문 앞에 야스쿠니 참배라고 하는 장애물을 스스로 만들고 ‘문을 열지 않는 상대방이 나쁘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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