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다시 결승골 기성용 침체 털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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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축구 선덜랜드에서 활약 중인 기성용이 2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전반 25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리버풀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기성용(24·선덜랜드)이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터뜨렸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파문으로 침체돼 있던 그가 구단 SNS에 영웅으로 등장했다.

 기성용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13~201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기록했다.

 전반 22분 상대 골키퍼 팀 하워드(35)의 패스를 받은 미드필더 레온 오스먼(32)이 볼을 더듬는 사이 기성용이 이를 가로챘다. 하워드의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 찬스를 이끌어낸 기성용은 직접 키커로 나섰다.

 전반 25분 기성용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에버턴 골대 왼쪽 구석에 정확히 공을 꽂아넣었다. 지난해 8월 스완지시티에 입단한 이후 1년4개월 만에 터진 프리미어리그 마수걸이 골이자 지난 18일 첼시와의 캐피털원컵 8강전(2-1승) 결승골에 이은 올 시즌 2호포다.

 기성용은 한 방만 터뜨린 게 아니라 경기 내내 승부의 흐름을 주도했다. 선덜랜드의 플레이메이커로 나선 그는 팀 최다인 57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모두 성공했다. 이 가운데 동료 선수의 슈팅으로 이어진 ‘키 패스’가 5개나 됐다. 기성용의 시즌 패스 성공률은 90.8%로 올라갔다. 선덜랜드 선수들 중 1위이자 프리미어리그 전체 선수를 통틀어 10위에 해당한다.

 영국 언론들도 기성용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이 100%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결승골까지 뽑았다. 완벽한 활약이었다”는 설명과 함께 양 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9점(10점 만점)을 매겼다. ‘골닷컴’도 “전반에 최고의 활약을 했다. 침착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1-0 승리를 자랑하는 기성용. [선덜랜드 SNS]

 선덜랜드는 경기가 끝난 뒤 구단 SNS 계정에 기성용이 손가락으로 1-0을 표현한 사진을 게재했다. ‘기성용이 모두에게 오늘의 스코어를 기억시키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이 사진에는 기성용을 응원하는 축구팬들의 격려 댓글이 빼곡히 달렸다.

 올해 초 기성용은 자신의 SNS 계정에 최강희(54) 전 대표팀 감독을 겨냥해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그뿐만 아니라 비공개 SNS 계정에 “다음부턴 그 오만한 모습 보이질 말길 바란다. 그러다 다친다”는 등 적나라한 표현으로 최 감독을 비난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이후 기성용은 SNS 계정을 모두 탈퇴하고 자숙했다. 이날 구단 SNS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기성용은 마음의 상처를 많이 회복한 느낌이었다.

 앞서 치른 6경기에서 3무3패에 그쳤던 선덜랜드는 리그 최하위로 추락해 있다. 그러나 기성용의 활약 덕분에 승점 3을 추가, 시즌 승점을 13으로 만들며 프리미어리그 잔류 가능성을 되살렸다. 선덜랜드는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크리스털 팰리스(승점 16)와의 간격을 3점으로 좁혔다.

 프리미어리그에는 ‘박싱데이(boxing day)의 저주’라는 징크스가 있다. 크리스마스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사흘 간격으로 한 경기씩 치르는 ‘박싱데이 스페셜’ 기간 중 강등권을 탈출하지 못한 팀은 결국 다음 시즌 2부 리그로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최대 승부처를 앞두고 터진 기성용의 결승골은 의미가 더 컸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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