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다 구주 오셨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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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의 기원설은 여럿이지만 나무에 촛불장식을 가장 먼저 한 사람은 개신교를 탄생시킨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다. 루터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숲을 산책하다 소복하게 눈이 쌓인 전나무에 영롱한 달빛이 비쳐 평소 어둡던 전나무 숲이 환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인간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에 불과하지만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빛을 전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전나무 한 그루를 집으로 가져와 눈은 솜으로, 달빛은 촛불로 장식했다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북부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과자와 설탕으로 나무를 장식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라인강 북부 개신교 기독교인들의 전통이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바티칸 시국의 산 피에트로 광장에 트리를 세우게 하면서 가톨릭교회에서도 트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가정에서는 추수감사절 이후 바로 만들기도 한다. 이탈리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는 12월 8일(동정녀 마리아 대축일)에 세워 이듬해 1월 6일(주현절)에 내리지만 어떤 가정은 주의 봉헌축일(2월 2일)까지 세워둔다.

보기만 해도 즐거움을 주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자선모금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탈리안 스타일리스트 세르지오 발렌테가 매년 주관하는 자선 이벤트 ‘100개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대표적이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예술가 등이 독특한 스타일로 제작한 트리를 전시 판매하고 기부금을 마련하는 행사다. 20회를 맞이한 올해에는 에밀리오 푸치, 에트로, 프라텔리 로세티, 구치, 존 리치몬드, 제니, 막스 마라, 미소니, 로베르토 카발리, 살바토레 페라가모, 발렌티노 등 82개사가 참여했다. 이들이 제작한 100개의 나무들은 11월 29일 자선 갈라쇼를 통해 소개된 후 12월 7일까지 로마의 밀라노 왕궁 등에서 전시됐다.

글·사진 김성희 중앙SUNDAY 유럽통신원 sunghee@stel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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