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의 폭 넓힌 총리 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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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종필 국무총리의 근 한 달간에 걸친 「유럽」·일본 순방은 최초의 본격적 수상외교로서 기존우호관계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외교 폭을 넓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김 총리는 「유럽」에서 「퐁피두」「프랑스」대통령을 비롯, 6개 방문 국의 각료 급 이상 20여명과 회담한데이어 귀로 일본에서도 많은 지도자들을 만났다.
순방 국 지도자들과의 광범위한 접촉은 앞으로 다변 외교를 전개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김 총리는 일본에 1주일간 머무르면서 「다나까」 수상, 「오오히라」외상, 「아이찌」 대장상, 「나까소네」 통산상,「야마나까」 방위청장관, 「후꾸다」 행정관리청장관 등 6명의 각료 급 이상 지도자와 회담했다.
이밖에 「리셉션」이나 만찬 등의 자라에서 「기시」 및 「사또」 전 수상, 「미께」 부수상, 「마에오」 중의원의장과「우에무라」 경제단체연합회장, 「오오끼다」 해외 경제 기금총재 등을 접촉, 결국 일본의 정계 및 재계요인들을 거의 다 만난 셈이다.
이번 일련의 회담에서는 ▲올 가을「유엔」총회에서의 한국문제대책 ▲김 총리의「유럽」방문결과와 최근의 국제정세 ▲대륙붕의 공동개발문제 ▲경제협력방안 등이 광범하게 협의됐다.
양측이 다같이 회담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얼마나 실속 있는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일본 지도자들이 김 총리를 맞는 분위기가 극히 우호적이었던 점으로 미루어 기존관계를 재확인한 이상의 성과를 예상할 수 있다.
김 총리는 지난 1월에도 미국을 다녀오는 길에 일본 정부지도자들과 회담한 바 있으며 태완선 부총리가 이 달 초 이들과 만나 구체적인 경제협력문제를 논의했었다.
따라서 올 들어 두 번째인 김 총리의 이번 일본방문에서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처하는 한·일간의 공동보조문제가 주로 협의된 것으로 보인다.
「나까소네」통산상과는 대륙붕 공동개발을 조속히 착수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나까」수상은 한국이 지난해 정기 각료 회담 때부터 요청한 새마을 사업지원, 포항 종합제철 2차 확장 등에 대해 오는9월 정기 각료 회의 때까지 매듭을 짖겠다고 김 총리에게 다짐했다.
이러한 일본정부지도자들의 우호적 태도와 김 총리가 주최한 「리셉션」참석자들의 이면, 한·일 의원 간친회의 분위기 등으로 미루어 「사또」퇴진 후 일본정계의 대 한 태도에 대한 한때의 우여는 완전히 가셨다고 하겠다.
김 총리는 이번「유럽」방문을 통해 대 「유럽」외교에 대한·새로운 방향설정이 필요한 것으로 느낀 것 같다.
「유럽」은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구주통합기구(EC)를 통해 보다 유대를 넓힐 수 있는 소지가 있음을 김 총리는 확인했으며 따라서 정부는 다변 외교의 거점으로 「유럽」을 재평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총리는 이러한 점검 외에 순방 국 지도들과의 회담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앞으로 협조할 문호를 개방한 점에서 기대이상의 성과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대구 및 「아프리카」지역에 대한 총리외교를 다시 벌일 것을 검토함직하다.
김 총리의 방구·방일성과는 외교의 성격상 당장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순방은 우리외교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지감각과 문제점을 앞으로 우리외교에 어떻게 적용시키느냐가 주요 과제일 것 같다.<조남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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