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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조치와 국제경제질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닉슨」미국대통령은 13일 격화일로에 있는 「인플레」현상을 누르기 위해 앞으로 60일간 모든 물가를 동결할 뿐만 아니라 소맥·쌀·사료 등 곡물수출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에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 단계로 시행 할 보다 강력한 통제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하므로 앞으로 통제범위는 확대될 것 같으며 그 여파는 비단 미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파급될 것이다.
그동안 「달러」파동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평가조정에 따른 상대가격체계의 변화로 국제상품가격은 크게 변동했으며 그 위에 주요자원공급부족에 따른 자원투기현상이 가중되어 국제적인 「인플레」는 가속화하기에 이르렀다. 「인플레」경기는 투기적인 투자를 자극하여 전세계적인 투자「붐」을 유발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인플레」의 악순환과정을 작동시킨 것이다.
이러한 전세계적인 「인플레」가 새로운 통화파동과 무역질서의 교란현상을 유발시킬 염려는 매우 큰 것이며 때문에 각국은 지난 10월 이후 계속 공정금리를 인상하여 경기를 진정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통적인 정책수단의 동원만으로 경기를 진정시키기는 어렵게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국제적인 식량부족현상과 철·동·목재·고무·유류 등 주요자원의 공급부족으로 이들 가격이 투기적인 조작대상이 되고 있는 한 통제수단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에 「닉슨」조치는 국제경제동향으로 보아 중요한 뜻을 내포하는 것이다.
첫째 「닉슨」조치에서 물가동결보다도 곡물수출규제가 더 중요시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곡물수출규제가 실현된다면 세계식량사정은 급변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식량부족국가에 식량파동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파동은 또 다른 국제 「인플레」의 자극요인이 될 것임도 자명하다.
둘째 미국의 식량수출규제조치는 철·동·목재·고무·유류 등 주요자원수출국의 수출규제경향을 자극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호자극은 결국 모든 국가가 「인플레」를 타국에 전가시키려는 움직임을 자극함으로써 국제무역질서·통화질서를 크게 교란시킬 여지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세째 각국이 보유자원을 보호하는데 급급하고 「인플레」의 파급을 강력히 차단하고자 통제조치를 강화해나간다면 세계무역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인플레」가 국제무역 및 통화질서를 궁극적으로는 교란할 수밖에 없다는 경제원리가 이제 「닉슨」조치로 실증되어 가는 것이라면 세계경제의 「인플레」경기는 이제부터 반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경제동향이 「닉슨」조치를 계기로 반전될 공산이 짙은 것이라면 수출여건의 호전을 전제로 대담한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정책기조를 다시 한번 검토해 보는 신중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정책기조는 세계적인 「인플레」가 지속되어야만 타당성을 갖는 성질의 것임을 직시하여 우리의 가정이 앞으로 얼맛 동안이나 유지될 수 있는가를 엄밀히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그러한 가정의 타당성이 적은 것이라면 예기치 않은 혼란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충분히 계산하고서 투자성장정책을 집행해야 하겠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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