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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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도가 예상외로 많은 학습지진학생을 낳게해서 적지않은 교육문제로서 등장하고 있다.
교육개발원이 주관한 공청회에서 발표된 한 보고에 의하면 당초 정신박약아를 포함해서 16%정도로 기대했던 학습지진학생은 실제 조사결과는 23%를 넘어 당해학년의 4분의1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더우기 이 같은 현상은 한·두 도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인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하다.
한 학급 안에서 이 같은 지진학생을 안고 학습지도 한다는 것은 교사의 입장에서나 학생들의 입장에서나 다같이 커다란 곤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교사들에게는 지나친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우수학생에게는 의욕상실을, 그리고 지진학생에게는 소외의식·열등감·정서불안 등을 가져다준다. 그 결과 학급전체의 학습질의 저하가 불가피하게 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지진학생들만을 위한 ⓛ특수학교의 설립 ②특수반의 편성 그리고 ③정상학급 안에서의 특수지도 등의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그 어느 방안도 완전한 처방은 아니라 할 것이다. 고무적인 일은 이러한 지진학생을 위한 특수「프로그램」들이 실험결과에 있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우기 조사보고에서 밝혀진바 학습지진이 정신박약아를 제외하고는 후천적으로 마련된 환경에 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은 이를 가볍게 보아 넘길 수가 없다. 특히 가정경제의 빈곤이 학습지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원인이라 할 때엔 이들 불행한 학생들의 구제에 대한 전사회적 책임이 강조되어 마땅하다.
원래 학력이란 사람이 타고난 훨씬 폭넓은 능력의 한 가지에 불과하다. 따라서 학교의 학습과정에서 평가되는 능력으로서 학력이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거기에서 지진한 학생들을 사회적으로 낙오자가 되거나 이단자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학력의 「평가」는 「선별」이 아니다. 바보는 고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고칠 수 있다는 데에 교육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의 가능성은 이미 성취된 발달의 수준이 아니라 발달의 잠재력을 개척함으로써 넓혀진다. 학력의 평가 그 자체가 교육이어야 된다는 요청이 여기에서 나온다. 학습지진의 평가는 교육과정의 종국이 아니라 그 새로운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진학생의 지도와 구제를 일선교사의 개별적인 「헌신」에만 기대한다는 것은 사회적인 책임회피다.
문제가 바로 전국적인 것으로 확대되고 있으니 우선 이들 지진학생들을 위한 특수학습집단구성을 신중히 연구해 볼만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적합한 별정 교과서와 지도서 등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와 병행해서 무엇이 학습지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고있는가 하는 배경적 요인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내도록 연구와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경우에도 문교당국의 강력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 지원은 4분의1을 차지하고있는 지진학생의 비율을 생각한다면 있어서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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