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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을 변혁시킨 흑인안무가 「앨빈·에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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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세기 초부터 비롯된 현대무용이 최근 미국에서 새로이 인식되어 인기를 끌어가고 있다. 「이저도러·덩컨」「루드세인트·데니스」 등 선구자들에 이어 30년대부터 예술의 형태로 정착한 현대무용은 지금까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아왔지만 그것은 동정론에 그쳤지 일반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마더·그레이엄」의 「모던·댄스」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비평가 「스타크·영」도 『「모던·댄스」는 무대 위에 너무 입체감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지금까지 현대무용이 관객과는 유리되어 보다 더 진기한 즐거움만을 추구한다는 고통스런 「이미지」를 떼어버릴 수 없었다.
흑인 안무가 「앨빈·에일리」(42)는 이러한 「모던·댄스」의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변혁을 일으켰다.
인간의 삶과 기쁨을 주제로 한 「에일리」의 작품이 『「모던·댄스」가 고통스럽지 않고 감동적이고 재미있다는 것을 인식케 했다』고 찬사를 받게 된 것이다.
70년11월 「앨빈·에일리·아메리컨·댄스·더어터」는 서구「모던·댄스·그룹」으로는 최초로 6주간의 소련순회공연을 가졌고 「레닌그라드」에서는 23분 동안의 갈채를 받았다.
지금까지 이름을 날리지 못했던 이 무용단은 1년 후 「뉴요크」의 여러 「모던·댄스·그룹」을 누르고 「톱」을 기록했으며 지난 가을에는 「뉴요크·시티·발레」 「시티·센터·조프리·발레」와 함께 「뉴요크·시티·센터」의 전속 「멤버」가 되어 이름을 「앨빈·에일리·시티·센터·댄스·디어터」로 바꾸었다.
지난 2년간 「에일리」는 그의 단체가 공연한 8개의 새작품 외에 「조프리·발레」에 『밍구스·댄스』, 「톰슨」의 초연「오페라」 『「바이런」경』을 위한 「발레」, 「번스틴」의 『매스』 등을 안무했다.
그는 또 「함부르크」「스톡홀름」등을 방문했고 「프린스턴」대로부터 명예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월 소「메트러폴리턴」공연에서 『3막의 4성자』를 안무·연츌한 그는 지난 8일부터 새 「시즌」의 막을 올려 주목을 끌고 있다.
『정당화될 수 없는 상업주의의 일종』이라는 소수의 반론도 있지만 그의 작품들은 『현대무용이나 연극을 통해 가장 생동감 있는 경험이며 예술과 오락을 적절하게 조화시켰다』는 절찬을 받고있다.
그가 다루는 흑인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블루스」·흑인영가·「고스펠」등에서 온 것이며 그는 이것이 바로 자기자신의 일부라고 말하고 있다.
31년 「텍사스」의 「로저즈」에서 태어난 「에일리」는 어린 시절 남부지방의 추억들이 깊이 머리 속에 남아있다고 말한다. 소작농, 목화 따는 사람, 「린치」, 흑백 분리된 학교, 그리고 영화관에 가서도 「발코니」 끝에 앉아야하는 등등, 당시는 「마틴·루터·킹」이 나오기 전이며 민권행진이 있기 전인 전혀 다른 시대였다는 것이다.
「에일리」는 12세 때까지 「텍사스」에서 살았고 그의 어머니가 「로키드」회사에 일자리를 구하자 「로스앤젤레스」로 옮겼다.
그의 대표작인 『「블루스」 조곡』『계시』 등 「피의 추억」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모두 「텍사스」시절의 경험에 의한 것이었다. 전통적 흑인음악을 사용한 이 작품들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고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다.
54년 「에일리」는 「호튼」무용단을 떠나 「뉴요크」에 진출했고 58년 자신의 무용단을 조직, 「뉴요크」에 「데뷔」했다. 62년의 극동공연, 66년 세계흑인예술제참가, 67년 동서「아프리카」순회공연 등을 거쳐 70년 소련공연으로 명성을 결정지었다.
「더들리·윌리엄즈」 「마리·카지와라」 「사라·야보로」 「주디스·재미슨」 등 1급의 「스타·댄서」들을 단원으로 가진 「에일리·그룹」은 64년까지 흑인들만의 단체였다.
『백조의 호수』에는 흑인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부 안무가들의 견해에 그는 「라신」과 「볼리에르」의 작품은 「프랑스」인만 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라고 반박, 『계시』에도 얼마든지 백인과 동양인이 어울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이나 조각은 영원히 남을 수 있고 또 배우나 연출가, 연주가나 지휘자는 그들의 작업에 대본과 악보가 따를 수 있지만 무용이란 공간에 존재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무용의 창조는 사라지기 쉬운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그는 앞으로 몇 년간 과거를 회고하고 「모던·댄스·레퍼터리·컴퍼니」로서 지나간 현대무용의 대표작들을 재공연할 열의에 가득 차 있다.
「에일리」는 또한 「오스트레일리언·발레」단, 「베를린」의 「도이체·오페라」단, 「이스라엘」의 「바체바」무용단, 그리고 「샌프런시스코·발레」단 등의 초청을 받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무용단은 약 10년 전 한국공연을 가진 바 있다. <뉴요크·타임스·매거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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