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황 "예수는 스스로 가난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가 신과 형제자매를 사랑한다면 빛 속을 걸을 것이고, 자만·기만·이기심에 지배돼 마음이 닫히면 우리의 내부와 주변을 어둠이 뒤덮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전야 미사에서 이웃에게 마음을 열라고 주문했다. 지난 3월 취임한 교황은 24일 밤 로마 교황청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처음으로 성탄전야 미사를 집전했다. 성당은 300여 명의 사제와 1만 명가량의 신도로 가득 찼다.

 교황은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라고 예수 탄생을 예언한 이사야서 구절로 강론을 시작했다. 그는 “세상에 어둠과 밝음이 있다는 분명한 현실 때문에 이 말은 감동을 준다”며 “‘걷는다’란 단어는 구원의 역사라는 긴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는 위대하지만 스스로 작아졌고, 부유하지만 스스로 가난해졌고, 전능하지만 스스로 취약해졌다”며 신자들에게 낮은 곳으로 임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예수 탄생의 소식을 목동들이 가장 먼저 접한 것은 그들이 지위가 낮고 무시당하는 계층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성탄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구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외쳐왔다.

 교황은 성탄절인 25일에는 취임 후 첫 강복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를 통해 남수단·시리아 등 분쟁 지역의 평화를 기원했다. 그는 “많은 희생자가 나온 남수단에서 사회적 합의가 있길 바란다”며 “매일 우리의 삶에서, 우리 가족 안에서, 우리 도시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스스로 평화중재자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에게 요청하자”고 말했다.

CNN방송은 미국의 가톨릭 신자 88%가 교황을 지지하는 것으로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고 24일 보도했다. 영국 성공회의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도 25일 성탄 미사에서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야 할 기독교인들이 빈자들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빈곤의 원인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웰비 대주교는 최근 영국 정부의 복지 축소를 비판해왔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사진 설명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24일(현지시간) 성탄전야 미사를 집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기예수상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3백여 명의 사제와 수 천여명의 신자가 참여한 이날 미사에서 프란치스코는 사랑과 겸손을 강조했다. [AP=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