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와 북한의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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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대화와 더불어 북한의 내외동향은 점점 더 해괴해져 가고 있다. 남북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종전의 대남 무장간첩도발을 계속하고 있음은 이미 주지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단일민족의 통일성을 회복하고 민족의 명예와 긍지를 고양하자는 약속을 위반하여 국제사회에서 두개의 한국을 시도하며 이를 공식화·고정화하려고 광분하고 있다. 이는 지난 17일 제26차 세계보건기구(WHO) 연례총회에서 북한이 가입된 전후경위에선 여실히 드러나 있다.
특히 북한은 남북대화가 시작되자 각종 외교사절을 해외에 파견하여 온갖 기만선전을 일삼으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과의 동등한 지위를 획득하려고 책동해 왔다. 북한은 겉으로는 통일 운운하면서 다름 아닌 외교무대를 통한 대결을 시도한 것이다.
많은 「유엔」전문기구 가운데서 북한이 우선 WHO가입을 노린 것은 그것이 방역대책을 비롯해서 인류의 건강문제를 취급하는 기구이며,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동기구가 배타적인 결정을 하기 힘들다는 것을 계산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동 기구에 가입을 시도한 것은 동 기구의 권능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보다도 동 기구에 가입함으로써 한국과 「유엔」과의 관계를 비롯해서 한국을 에워싼 국제세력 관계를 파괴하려는 정치적 저의에서 나온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WHO 가입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북한의 변함없는 대남 무장도발의 전략 전술이나 그의 대외전략은 일맥상통한 일원적인 대남 전략 목적에서 나온 것이며 그것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해 보자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진행 중에 있는 남북대화에서도 우리의 성실하고 현실적인 제안을 거부하여 왔다. 남북조절위원회에서 북한은 「유엔」군 철수, 평화조약 체결, 군축동의 비현실적인 주장만을 일삼고 있다.
남북적십자 회담에서도 적십자정신과 전혀 동떨어진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적십자회담에서 이른바 「정치적·사회적 여건」을 형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며, 북한은 이러한 술책으로 고의적으로 회담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더우기 북한은 상호비방을 중지하자는 약속을 어기고 내외에 걸쳐 대한민국을 중상 모략함으로써 대화의 분위기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 북한은 상호불신과 오해를 제거하기는커녕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진의 책략이 7·4공동성명이나 남북대화를 근본적으로 저해하고 있음은 새로운 설명의 필요조차 없다.
우리는 북한이 민족적 양심에 입각하여 성의를 다하여 대화에 임해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북한은 대화에 역행하는 내외책동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는 대화가 시작된 이후의 북한의 동향을 직시하여 한반도에서의 대북 대화의 목적이나 의의를 국제사회에 이해시키도록 강력한 외교활동을 전개시켜야 할 것이다. WHO의 표결결과는 상대적으로 제외국의 한국에 대한 이해가 미냉한 것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고,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외교의 강력한 활동수준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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