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음주운전 단속 동행기] 반복적 차선 이탈자 1순위

미주중앙

입력

21일 LA다운타운에 있는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 센트럴 LA지부의 스탠호프와 르네 로호 경관이 할리우드 101번 고속도로에서 음주 단속에 걸린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운전 중 음식이나 물을 먹을 때도 차선을 이탈할 수 있다. 하지만, 음주 운전자의 경우는 반복적으로 차선을 이탈하게 된다." 어두운 밤, 도로의 무법자를 적발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 센트럴LA지부 소속 콜 스탠호프 경관은 순찰차를 몰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이렇게 말했다.

한 조로 동승한 르네 로호 경관은 스탠호프의 말이 맞다는 듯 순찰차 주변을 달리는 차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기자는 지난 21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CHP의 고속도로 음주단속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순찰차에 동승했다. 스탠호프와 로호 경관의 순찰차는 산타모니카를 중심으로 10, 101, 110번 고속도로를 달리며 음주운전자 적발에 집중했다.

LA다운타운에 있는 센트럴 LA지부에는 100여 명의 경관이 있다. 순찰차 30대에 오토바이가 6대.

이들은 오후 6시와 오전 6시 두 팀으로 나뉘어 단속에 나선다. 주 4회 8시간씩 일하고 4일 쉰다. 낮에는 혼자, 밤에는 2명이 짝을 이뤄 순찰을 하는데, 순찰지역은 조회에서 결정된다. 근무 시간 동안 말을 건넨 모든 사람들의 인종, 연령대, 차량 정보, 시간 등의 기본 정보는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순찰차 탑승을 선호하는 경관이 늘면서 오토바이는 주로 낮 순찰에만 이용된다. 음주단속이 펼쳐지는 오후 시간대에는 과속 티켓을 발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하루 CHP경관 1명의 음주운전 체포 건수는 평균 9회. 늦은 밤에는 속도위반 티켓을 발부하기보다 더 큰 사고를 유발하는 음주운전 단속에 주력한다.

산타모니카와 주변 고속도로를 한 시간 정도 돌았을까, 기자가 보기에도 차선을 넘나들며 달리는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65마일 지역에서 음주운전으로 추정되는 운전자를 따라잡는데 순찰차의 속도가 순간 80마일까지 올라갔다. 의심 차량이 4번 이상 차선을 이탈하자 순찰차에서는 사이렌이 울리고 동시에 차량 앞유리에 달린 카메라도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경관들이 차고 있는 마이크를 통해 음성 녹음도 함께 되는데 이는 차후 과잉 진압을 했다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로호 경관이 설명했다.

단속에 걸린 차량은 "Exit the Freeway!"라는 경관의 확성기 지시에 따라 가까운 출구로 나가 정차했다. 경관은 운전자에게 왜 단속에 걸렸는지를 설명하고, 눈과 술냄새를 확인했다. 2시간 전 맥주 한잔을 마셨다는 운전자에게서 술냄새가 많이 나자 스탠호프 경관은 운전자를 차량 밖으로 나오게 했다.

당뇨나 고혈압 등 병력부터 언제, 어디서, 몇잔을 마셨는지 등 20가지의 기본적인 질문을 했다. 이후 눈동자 움직이기, 눈 감은 상태로 머리를 젖히고 30까지 세기, 밸런스 테스트 등이 이어졌다. 운전자는 경관이 시범 보인 그대로 따라하면 됐다.

스탠호프 경관은 "테스트는 통과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운전자 행동을 관찰하기 위함이다. 음주 운전자의 경우 30초 전 내린 지시도 까먹는 등 지시사항을 반복적으로 물어보거나 똑같은 시범을 보임에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운전자는 기본적인 테스트를 마친 후 마지막으로 음주측정기로 잰 결과 단속기준 0.08%을 넘겼고 곧바로 수갑이 채워졌다. 경찰차는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정밀검사하기 위해 센트럴 LA지부로 향했다.

오가는 차들로 붐비던 고속도로는 새벽 3시로 접어들면서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기자는 LA지부로 돌아 온 후 두 번째 단속 차량에 올랐다. 레이 가미노, 매뉴엘 발리티스타 경관 차량은 글렌데일에 있는 CHP 커뮤니티케이션센터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달받고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다. 3중 추돌 사고 현장을 향해 달리는 순찰차가 속도를 높였다. 큰 부상자는 없었고 2차 추돌을 예방하기 위한 정리작업이 이뤄졌다.

사고현장을 수습하고 돌아오는 길에 음주 운전차량 소식이 무전으로 전달됐다. 정보를 입수한 경찰차는 이내 10번 서쪽방면 크렌쇼 인근에서 혐의 차량을 따라 잡았다. 경찰의 테스트를 번번이 실패한 20살 남성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1%. 곧바로 수갑이 채워지고 몸 수색이 시작됐다. 간단한 몸수색이 진행된 후 정확한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LA지부로 돌아 온 시각은 오전 5시를 넘었다.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동행한 이날 두 명의 운전자가 적발됐다. 다행히 한인은 아니었지만,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은 유치장 신세는 물론이고 면허취소, 재판 등으로 금전적 손실은 물론 사회활동에도 큰 지장을 받게 된다.

가미노 경관은 "음주운전은 자신과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만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수정·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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