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돕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은 제25회 권농의 날 기념행사 기간이다.
예년의 경우는 6월10일쯤에 특정일을 택해 하룻 동안만 권농일을 기념했다.
올해 들어 권농일을 이처럼 앞당기고 또 행사기간을 장기화한 것은 모내기 2주일 앞당기기 운동의 실효를 거두고 또 농사철을 맞아 국민전체가 농사에 참여함으로써 증산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 식량증산성과를 극대화 시키자는데 있다.
지금까지 농사는 기상조건에 따라 풍·흉작이 좌우된 것이 사실이다. 재작년 소련의 곡창 「우크라이나」지방을 휩쓴 한파는 1세기만에 처음 보는 흉작을 맛보게 했다.
작년에는 전세계를 휩쓴 기상이변으로 세계각국이 농작물 흉작을 면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국제 농작물 가격은 쌀의 1백%를 비롯, 소맥·대두·옥수수 등이 모두 1∼3배까지 폭등했다.
다행히 우리 나라는 세계적인 기상이변 현상에도 불구하고 평년작을 유지했지만 모내기 및 추수시기가 늦어 상당한 감수를 기록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모내기 2주일 앞당기기 등 영농시한제는 바로 이같은 기상이변에 대처하는 예방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모내기를 2주일 앞당김으로써 상습화하고 있는 한해를 막고 추수를 앞당겨 냉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상이변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농사는 농민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식량증산 문제가 이제는 국민전체의 염원이 되고있는 반면 풍·흉작을 좌우하는 기상조건은 농민의 힘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수년간 계속된 이농으로 농번기 농촌의 일손도 부족하다. 기상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영농 시한제가 농촌 일손 부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식량증산 문제는 다시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는 농사철의 첫 단계인 모내기철을 맞아 범국민적인 농사돕기 운동을 펴고 있는 것이다.
권농의 날 행사기간을 10일간으로 늘려 정부 각 기관은 물론 국영기업체, 각종 단체 등이 적극 모내기에 참전, 식량증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한편 실제로 농사돕기에 솔선 수범함으로써 범국민적인 농사돕기 운동으로 승화시키자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농번기에는 병충해 방제 등 전문작업은 돕지 못하더라도 보리 베기·모심기·피사리·벼 베기 등 단순작업 부문은 조직력 있는 비농업 노동력을 동원, 농촌일손돕기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농사돕기 운동은 어디까지나 농사의 주체인 농민의 정신력을 앙양시키고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농사돕기 운동은 주객을 전도, 주체인 농민은 오히려 뒷전에 있는 사례가 많았다.
농사돕기 운동이 마치 보리밭 밟기, 모내기 등에서부터 관정수리, 추수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부가 대신해 준다는 것으로 인식시켜서는 안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