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기어, 올해 최고의 싸구려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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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의 광고 장면. [사진 유튜브]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기어’의 유튜브 광고가 해외서 뭇매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21일부터 유튜브 ‘삼성 모바일’ 계정에 ‘준비됐습니까?’(Are You Geared Up?)라는 제목의 동영상 광고를 공개했다. 갤럭시 기어를 착용한 잭이라는 남성이 스키장과 술집에서 미모의 금발 여성을 유혹하는 내용이 담겼다. 잭은 손목에 찬 갤럭시 기어로 사진을 찍고, 전화통화 등의 첨단 기능으로 여성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한다. 반면 갤럭시 기어가 없는 남성은 휴대전화를 꺼내려다 떨어뜨리는 등 실수를 연발해 ‘작업’에 실패한다. 결국 금발 여성은 잭을 선택하고, 잭은 호기스럽게 갤럭시 기어를 찬 손목을 흔들며 내용은 끝이 난다.

조회수만 보면 광고는 성공적이다. 선보인 지 3일 만에 조회수 150만 건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를 접한 주요 외신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혹평을 넘어 독설을 쏟아낼 정도다.

 24일 미국의 IT 전문 매체인 ‘더 버지’는 남성이 여성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보여주는 부분에 대해 “섬뜩한(creepy) 행동”이라며 “삶이 얼마나 어색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기즈모도’ 역시 “끔찍할 정도로 억지로 하는 티가 난다(horribly forced)”며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와 부자연스러운 줄거리 등을 비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가 올해 많은 광고를 냈지만, 최악의 광고는 마지막에 내보이려 아껴 둔 것 같다”며 “올해 나온 최고의 싸구려(cheesiest) 광고”라고 꼬집었다. ‘PC 매거진’은 “문화적인 차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의 경영진이 광고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간섭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외의 인터넷 사용자들도 “만든 사람은 해고당할 듯” “광고를 보니 사고 싶지 않다” “아시아에선 통해도 미국에선 안 통한다”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유튜브에선 ‘싫어요’라는 반응이 ‘좋아요’의 6배를 넘었다.

 삼성전자는 이 광고를 통해 갤럭시 기어가 스키나 스노보드 같은 겨울스포츠를 즐기면서도 쉽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통화·사진촬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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