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마오마스” … 성탄절 맞아 중국은 마오쩌둥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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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중국의 한 대학생이 마오쩌둥 사진을 들고 탄생 120돌을 축하하고 있다. [타이위안 로이터=뉴스1]

“서방에 성탄절이 있다면 중국엔 마오절(毛節)이 있다.”

 마오쩌둥(母澤東) 탄생 120주년(26일)을 앞두고 중국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젊은 네티즌들은 마오 탄생일과 크리스마스를 합쳐 ‘마오마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차를 고려하면 예수와 마오가 같은 날 탄생했기 때문에 “마오는 아시아의 예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마오의 공적을 예수와 동일시하려는 중국식 세계관이다.

 이밍(佚名)이라는 네티즌은 24일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百度)에 올린 ‘마오 주석 생일은 성탄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예수는 서방의 구세주이며 마오는 거의 같은 날 중국에서 태어났다. 마오 주석의 생일인 26일을 중국의 성탄절로 정해 당당하게 기념하자”고 제의했다. 중국이 예수가 태어난 중동보다 5시간 정도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수와 마오는 같은 날 태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밍은 또 “오늘날 중국이 세계의 존경을 받게 된 데는 마오를 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네티즌 수천 명은 24일 오전 현재 이 글을 퍼 나르며 세몰이를 하고 있다.

유명 블로거인 후원닝(胡文寧)도 24일 신랑(新浪) 웨이보(微博)에 올린 ‘성탄절과 마오쩌둥’이라는 글에서 “예수와 12사도처럼 1921년 공산당 1차 전국대표대회 때도 마오와 12명의 대표가 있었다.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라 했고 마오는 인민의 아들이라 했다. 예수는 주님으로 불리고 마오는 주석으로 불린다. 마오 생일을 중국의 성탄절로 기념할 만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후의 웨이보는 24일 하루에만 30만 명 이상이 접속했다.

 인터넷뿐만이 아니다. 정부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요즘 전역에서 마오 추모 열기가 뜨겁다. 평등의 상징인 마오의 통치이념을 기리는 것인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분배와 공평을 위한 개혁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24일 중궈왕(中國網)에 따르면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서는 23일 밤 마오 탄생 120주년 기념 문예행사가 열렸다. 쉬서우성(徐守盛) 후난성 서기, 두자하오(杜家豪) 성장 등 성내 주요 인사는 물론 마오의 딸 리민(李敏)과 리너(李訥), 손자 마오신위(毛新宇)까지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역대 마오 기념식 중 가장 성대했다. 마오의 고향은 후난성 샹탄(湘潭)이다.

이번 행사는 마오에 대한 추모를 넘어 마오 정신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마오가 지은 문학작품을 주제로 한 공연은 물론 그가 남긴 명언에 대한 회고의 시간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아시아에 태양이 떠올랐고 중국은 마오를 낳았다”는 가사의 혁명가를 부르며 마오를 예수의 반열에 올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도 24일 마오 추종자들과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나 고관 자녀 출신의 정치세력)들도 마오 탄생 기념일을 앞두고 시 주석이 마오의 길을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해방군 쉬하이둥(徐海東) 대장의 딸인 쉬원후이(徐文惠) 개국유공자후손합창단 이사장은 “문혁 당시 처형 처분을 받은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마오 주석에 반대하면 안 된다는 유지를 남겼다. 마오는 영원한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며 후손들이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오바오(淘寶)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성탄절을 전후한 구입 주문이 평소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상당수 중국인이 여전히 성탄절에 예수나 마오를 생각하기 전에 쇼핑을 먼저 생각한다는 얘기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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