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중지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랍」권은 적전에서 자중지란 이 일어나 술렁거리고 있다. 검은 연기로 뒤덮인 외길의 전질 사진은 그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이것은「레바논」역내의「팔레스타인」난민촌에서 솟아오르는 표지이다. 「이스라엘」이 군이 아니고, 바로「레바논」정부군의 총격에 의해 이런 사태가 빚어 진 것에 문제가 있다.
「레바논」은 물론「아랍」권에 포함된 동맹국이다. 그러나 이들은「요르단」 과 마찬가지로 대「이스라엘」전에서 온건 노선을 걷고 있다. 결사 행정과는 거리가 먼 친서 방적 보수 세력이다.
그런「레바논」의 영역 안에 자리잡고 있는「팔레스타인」피난민들은 두말할 것 없이 「이스라엘」과는 숙적이다. 이들은 유태인의「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생존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운명을 옹호하는「게릴라」들은「레바논」의 노선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레바논」의 보수 세력과「게릴라」의 혁신 세력은 벌써 오래 전부터 이런 불안한 대립을 계속해 왔었다. 70년도엔「요르단」군이 이들「게릴라」의 소탕전까지 벌렸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관계에 기름을 뿌리는 것은「이스라엘」이다. 간특한 유대인의 그 「모순 전술」이야말로 놀랍다. 이런 식이다.
「팔레스타인·게릴라」들은 비단 그 접경 지대에서 뿐 아니라 세계의 도처에서「이스라엘」을 공격한다. 「이스라엘」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것을 예외 없이 보복한다. 그러나 이 보복은「팔레스타인·게릴라」에 하는 것이 아니다. 「레바논」을 공격해 버리는 것이다. 이 역내에「게릴라」가 자리잡고 있으니 당연히 포괄적인 책임을 지라는 식이다.「레바논」이야말로 중간에서 못 견딜 일이다. 「레바논」은 이런 경우 자신의 품에 안고 있는「게릴라」에 분풀이(?)를 한다.「이스라엘」은 전략상 바로 이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이스라엘」군은「팔레스타인·게릴라」를 습격, 1대 보복 기습을 감행한 적이 있었다. 「게릴라」들은 거꾸로「레바논」정부군 2명을 납치해 갔다. 분풀이를 엉뚱하게 한 것이다. 이것이 이번 무력 충돌의 발단이다.
「레바논」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또 내각 사퇴까지도 단행했다. 일설에는「레바논」을 두둔하기 위해 미국6함대가 움직인다는 외신도 있었다.「아랍」권의 자중 지난 에 강국의 입김까지 서리면 사태는 더욱 긴장될지도 모른다.
한편 가소로운 것은 민족 공동체의 단합을 주장하는「아랍」세계의 구두선 이다. 말로만 큰 소리를 칠뿐이지, 그들의 전열은 지지부진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럴수록 유대인의 영악한 논리는 이들을 모순에 빠지게 한다. 어느 쪽이 바보 스러운지는 긴 시간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아랍」세계야말로 자기 모순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