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받는 한국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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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본지가 기획 연재하고 있는『도전 받는 한국 기업』은 국제 경제 동향이, 한국의 기업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또 정책적으로 반듯이 배려해야 할 중요한 측면이 무엇인가를 여실히 제기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새로운 국제 경쟁에 적응해야 할 상황에 있으며, 이를 어떻게 흡수시켜 조화 있는 성장을 기할 수 있겠느냐 에 따라서 앞으로의 경기 국면은 좌우될 것이다.
첫째, 국내 산업은 수입 원자재 가격의 폭등 과정에 전면적으로 휩싸여 있는 반면 국내 판매 가격은 8·3조치로 묶여 있는 모순에서 하루빨리 탈출할 수 있어야 한다. 수입 평균 「코스트」가 50%이상이나 오른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두 가지 길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즉 적자의 누적에 따르는 조업 단축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해외시장을 개척해서 수출로 활로를 타개하는 방법을 선택하느냐를 결정해야 하게 되었다.
이미 직물 류 계통은 기존 수출 기반을 활용해서 내수를 외면하고. 수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며 수출 창구를 확보한 기업들은 오히려 근래에 없던 호황을 누리며 증설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자동차·「타이어」·제지·사료 등 주로 내수용에 의존하는 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시킬 수가 없어 조달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국제「인플레」와 자원 투기의 성향으로 국내 기업은 한일「코스트」상승에 추가해서 원자재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에 있다. 화섬 원료·원면·원모·목재·「펄프」·대두· 고철·고무 등 주요 원자재의 확보 문제는 벌써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들을 국산으로 대체시킬 수 없는 한 호황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생산량을 늘이는 데에는 문제점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가격 경기를 전제로 한 시설을 무모하게 확장하는 경우 장래의 가동률을 적정 수준에서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검토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셋째, 국내 산업 중 수출 경기에 편승해서 설비 투자를 확장하는 기업이 이른바「러시」 상태를 이루고 있는데 국제「인플레」에 연유하는 국제 무역 질서의 교란이나 보호주의 화의 촉진에 따른 반작용을 충분히 계산해야 할 것이다. 노는 9월에 있을 GATT 무역 협상이 명분상으로는 무역 확대를 위한 관세 인하 및 특혜 관세 부여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긴급 보호 조항과 농산물 무역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결코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국제「인플레」가 무역 질서의 교란 없이 수년간이나 지속되지 않는 한, 단기적인 수출「인플레」를 전제로 무모한 시설 확장을 서두르는 것은 문제이다.
끝으로,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점을 어떻게 조정하여 국내「인플레」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절도 있는 수출 신장을 기할 것인지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수출 기회가 확대되었다는 호 자료와 국내「인플레」가 수출인「인플레」와 과열 투자「러시」로 자극된다는 나쁜 자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지 못한다면 오히려『게도 구럭도 다 잃는다』는 모순에 빠지기 쉽다. 근자의 국제 경제 동향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평가하여 혼란을 자초할 가능성을 안고 가는 것보다는 보다 신중하게 기회에 대처하는 방향이 소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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