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은사랑 vs BS금융, 경남은행 인수 2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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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남은행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23일 마감된 경남은행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경은사랑 컨소시엄, BS금융지주, IBK기업은행이 참여했다. 인수 희망가를 높게 써낸 금융사가 유리하지만 지역 기여도와 정서도 평가에 반영돼 최종 승자를 예측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다.

 현재로선 경은사랑 컨소시엄이나 BS금융지주 가운데 한 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경은사랑 컨소시엄은 당초 자금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데 이어 DGB금융까지 끌어들이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DGB금융은 지난 10월부터 경남은행 인수 예비입찰과 실사작업에 참여하면서 독자적 입찰 참여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지난 16일 경은사랑 컨소시엄에 1000억원 안팎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입장을 바꾸었다. 금융권에서는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가 3~5년 뒤 지분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어 DGB가 그 지분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DGB금융은 경남은행의 지역 환원을 원하는 경남지역 감정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경남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은사랑 컨소시엄에는 이들 외에도 경남·울산지역 상공인과 경남은행 사주조합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BS금융지주의 경남은행 인수를 반대하며 “경남은행 인수는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BS금융지주는 경은사랑 컨소시엄의 연대 제의를 거부하며 독자 입찰에 참여했다. BS금융지주 관계자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가 된다는 것은 지방은행의 지역환원 취지에 맞지 않다”면서 “장기적인 안정성과 공익성이 생명인 은행과 이익만을 따지는 사모펀드와는 맞지 않아 단독입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도 BS금융지주의 경남은행 인수에 힘을 싣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BS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통합을 적극 지지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BS금융지주와 경남은행 간의 관계는 단순한 금융통합을 넘어선 역사적인 지역통합의 출발”이라면서 “수도권에 대응할 강력한 광역경제권을 만든다는 의미에서도 BS금융과 경남은행이 통합하는 것이 함께 잘 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행도 본입찰에 참가는 했지만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단지 입찰가를 높여주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경남은행 인수가는 1조1000억~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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