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 시각장애인에겐 또 다른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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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3일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에서 열린 안내견 기증식에서 새로 안내견을 기증 받은 시각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에버랜드]

올해 대구대 특수교육학과에 입학한 시각장애인 고보경(20·여)씨에게 특별한 친구가 생겼다. 앞으로 고씨의 대학생활을 도울 안내견 ‘두리’다. 고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맹학교 내에서 주로 생활했던 것과 달리, 비장애인과 접촉하며 외부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안내견의 도움이 필요했다. 고씨는 “두리와 함께 생활하면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싶다”며 “시각장애인의 재활을 돕는 특수학교 교사가 꿈인데,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23일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에서 안내견 사업 20주년을 겸한 안내견 기증식을 열었다. 삼성화재와 삼성에버랜드 임원,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직원 및 자원봉사자 250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증식에서는 고씨를 비롯해, 이정헌(23·여), 김영신(22·여)씨 등 대학생 3명이 새롭게 안내견을 기증받았고, 홍상모(54·남), 최병분(54·여), 김경식(52·남)씨 등 3명은 기존 안내견이 은퇴해 대체 기증을 받았다.

 삼성화재가 삼성에버랜드에 위탁해 운영 중인 삼성안내견학교는 성숙한 애견문화를 선도하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북돋기 위해 1993년 문을 열었다. 그간 해마다 10마리 가량의 안내견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지금까지 총 164마리가 시각장애인의 눈이 됐다. 박형근 삼성에버랜드 홍보그룹장은 “안내견이 소개된 초창기에는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성숙지 않아 식당에서 쫓겨나거나, 공공시설 출입을 제한받는 경우도 많았다”며 “자원봉사자의 적극적인 활동과 제도 지원에 힘입어 인식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경민·강신혜씨,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예지씨, 서울시 7급 공무원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하는 최수연씨 등이 삼성이 분양한 안내견의 도움을 받고, 다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김경민씨는 “안내견 미담이는 가족 이상의 존재다. 제게 미담이는 여러 존재 중 하나지만, 미담이는 제가 전부인 것 같아서 더욱 고맙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안내견 사업에 공헌한 자원봉사자와 훈련사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20주년 기념 수기집 『너를 만나 고마워』를 출간하는 행사도 함께 가졌다. 삼성은 판매수익금 전액을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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