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명 찾아갈 산타 썰매, 총알보다 3470배 빨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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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가 되면 기다려지는 것이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죠. 산타클로스가 썰매 한 가득 선물을 싣고 12월 24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어린이들을 찾아가 나눠준답니다. 우리는 양말을 머리맡에 걸어두고 잠만 자면 되지만 산타클로스는 생각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요. 정해진 시간 동안 12억 명이 넘는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려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만큼 선물의 무게도 상상을 초월하죠. 소중은 물리학을 통해 실제 산타클로스가 얼마나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집마다 선물 놓고 가려면 1000년 걸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12월 24일, 우리가 선물을 기다리며 꿈나라로 갈 시간이 되면 산타클로스의 마음은 급해지기 시작한다.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모든 집을 찾아가 선물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24~25일이라는 시간 동안 선물을 전부 나눠줘야 하니 썰매가 여간 빠르지 않고서는 ‘불가능’이라는 답이 나온다.

미국 인구 통계국(U.S. Population Reference Bureau)이 지난 4월 발표한 ‘2013년 세계 청소년 현황 통계’에 따르면 5살에서 14살까지의 나이를 가진 전 세계 어린이의 수는 약 12억 명이다. 한 집에 두 명의 어린이가 있다고 했을 때 산타클로스가 찾아가야 할 집은 약 6억 가구(함께 사는 사람의 집단 단위)가 된다. 또 우리가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지구의 표면적(겉면의 넓이)은 5억㎢인데 이 중 바다를 뺀 육지의 표면적은 30%인 1억5000만㎢다.

집마다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아보려면 표면적을 전체 가구 수로 나눠야 한다. 표면적 1억5000만㎢를 가구 수인 6억으로 나누면 가구당 0.25㎢라는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은 0.5㎞(500m) 길이의 네 변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집 사이의 거리는 500m다. 산타클로스가 한 집에 들어가 선물을 두고 다음 집에 가려면 500m를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걸리는 시간이 1분(60초)이라고 가정해도 6억 가구를 들리려면 3600억 초가 필요하다. 1년은 3153만 초이기 때문에 약 1000년 이상이 걸린다는 소리다. 어지간한 속도로는 어림도 없다.

총알보다 3470배 빠른 루돌프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나눠줄 수 있는 제한시간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하루(24시간)에 불과하다. 1000년 동안 선물을 나눠준다면 어린이들은 모두 늙어 죽게 된다. 무조건 24시간 동안 6억 가구를 방문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타클로스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하루 동안 선물을 무사히 배달할 수 있을까. 속도를 구하는 방법은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는 것이다. 500m(0.5㎞)씩 떨어진 6억 가구를 방문해야 하니 총 거리는 3억㎞(6억x0.5㎞)가 된다. 이를 24시간(8만6400초)으로 나누면 산타는 1초에 347만m를 움직여야 한다. 즉 1초에 3470㎞를 움직여야 하루 동안 선물을 배달할 수 있다. 총에서 발사된 총알의 속도가 초속(1초에 움직이는 속도) 1㎞니 산타의 썰매는 총알보다 3470배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산타를 눈으로 보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썰매에 실리는 선물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산타의 인심이 넉넉해 선물 한 개의 무게가 1㎏라고 했을 때 12억 명의 어린이에게 나눠줄 선물의 무게는 12억㎏이다. 어마어마한 무게다. 유조선(기름을 운반하는 거대한 배)의 배수량(큰 배의 무게를 잴 때 사용하는 방법)이 1억㎏이고 비행기가 짐을 실을 수 있는 최대 무게는 50만㎏이다. 결국 썰매 위 선물의 무게는 유조선 12척, 비행기 2400대가 나를 수 있는 무게와 같은 셈이다.

이 썰매를 끌어주는 순록인 루돌프의 속도 역시 무시무시하다. 평범한 순록의 평균 속도는 시속 60㎞다. 하지만 루돌프는 다른 순록보다 20만 배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썰매 속도를 순록의 평균 속도로 나눈 결과다. 추운 겨울 날씨 속에서 총알보다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루돌프의 코가 빨개진 것은 아닐까.


무겁지만 빠른 썰매의 비밀 속에 담긴 물리학 법칙

-속도=거리/시간: 총 거리를 움직이는 데 걸린 시간으로 나누게 되면 속도를 구할 수 있다. 이 공식을 이용해 구한 산타 썰매의 초속은 3470㎞다. 총알보다는 훨씬 빠르지만 빛(1초에 30만㎞를 움직임)보다는 느리다.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빠르게 달릴 수 없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물리학적으로 가능한 얘기다.

-부피=가로길이X세로길이X높이: 가로와 세로·높이를 곱하게 되면 부피를 알 수 있다. 유조선과 같이 거대한 배는 직접 무게를 재는 것이 불가능하다. 배가 바다에 잠기며 밀어낸 물의 부피로 무게를 측정한다. 이를 배수량이라 한다.


급한 산타의 마음 속에 숨겨진 물리학 법칙

-페르미 추정법: 몇 가지 알려진 숫자로부터 어떤 문제의 답을 추측해내는 방법이다. 산타클로스가 몇 명의 어린이를 찾아가야 하는지, 한 집을 방문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기 때문에 어린이 수(12억명)나 지구의 표면적(5억㎢)라는 숫자를 두고 가상의 답을 구해나가는 방법이다.

글=김록환 기자
도움말=부산대 물리교육과 김상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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