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학문 숨쉬는 도산서원 만들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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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도산서원을 삶과 학문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복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 선생의 직계 후손이 뒤늦게 유학을 전공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유교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치억(28)씨. 이황 선생의 17대 종손이다.

경북 안동의 종택에서 자란 李씨에게 종손으로서의 책무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집안 어른들의 엄한 교육 탓에 초등학교에 다닐 때도 방과 후에 또래들과 마음 편히 장난 한번 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1년에 20여차례나 지내야 하는 각종 제사에도 절대 빠질 수가 없었다. 이런 부담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李씨의 지난 삶은 유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교 시절에는 시와 소설에 탐닉했고 일본에서 대학을 다닐 때엔 영화에서 인생의 행로를 개척하려 했다.

하지만 피는 속이지 못하는 법. 대학 졸업 후 李씨는 유학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유교철학에 흠뻑 빠져 학자의 길을 선택했다.

스스로도 "종손으로서의 의무와 혼자만의 꿈을 펼치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갈등은 평생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李씨 집안의 종손으로 태어난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마음에도 도산서원에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지켜보면서 '서원의 정신은 알지 못한 채 껍데기만 보고 가는구나'하는 생각에 씁쓸했다"며 "도산서원이 조화로운 삶을 가져다주는 인성교육의 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바로잡습니다>

3월 13일자 29면 '삶.학문 숨쉬는 도산서원 만들 터'기사 중 퇴계 이황 선생의 17대 종손은 이치익씨가 아니라 이치억씨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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