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12년 상승랠리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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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000년 이후 12년을 이어온 금값 상승랠리가 올해는 이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0.85% 오른 온스당 1205.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29% 하락한 것으로, 1984년 이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전날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영향으로 120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10년이 넘게 계속돼온 금값 강세에 제동이 걸린 건 세계 경기회복 때문이다. 금은 그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투자수단으로 각광받아 왔다. 통화가치와 달리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도 가치가 크게 편하지 않는 탓이다. 마켓워치는 “2000~2011년 사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일곱 차례나 갈아치울 정도로 인기였지만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인플레이션이 거의 일어나지 않자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올해 S&P500지수가 27% 상승한 것도 금값엔 악재로 작용했다. 세계의 부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일명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일어나면서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금이 타격을 받은 셈이다. 금값 하락으로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트러스트의 금 보유량 역시 올 들어 40%나 줄었다.

 내년에도 금값은 약세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제프리 커리 골드먼삭스 원자재리서치본부장은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금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 주식으로의 쏠림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내년 금값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일각에선 내년 중순엔 온스당 9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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