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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정벌」부른 일 매점선풍-일 정부의 대기업견제 그 배경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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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박동순특파원】광기의 매점선풍이 일본열도를 휩쓸면서 표면화한 일본의 격양된 「상사정벌론」은 일본경제의 「오늘」을 가져오는데 크게 공헌한 대기업들을 사면초가의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자민당과 재계의 밀월>
그러나 보다 중요시해야 할 것은 이러한 「정벌론」이 「자민당·재계의 밀월」에 기저한 현재의 체제를 비판하는 방향으로 미묘한 전개를 보여주는가 하면 지금까지의 산업사회를 지탱해 온 가치관의 변화라는 기본적 흐름을 명백히 노출시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목재·원면·생사 등의 원자재에서 생필품인 쌀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으로 진행된 매점작전으로 인한 관련제품 가격폭등, 통산성의 대 상사 매점실태공개, 「환홍」의 찹쌀매점수사, 의회의 대 상사 대표 환문, 정부·자민당의 대 상사 경고, 관제불매운동, 소비자단체들의 자위활동 및 과격파 학생들의 삼릉상사 난입에 이르기까지 매점소동을 싸고 지금 일본사회는 격양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러한 매점소동의 「원흉」으로서 일본의 이른바 대 종합상사들은 지금까지의 외국정부·외국「매스컴」 및 외국인들에 의한 비난에다 더하여 국내적으로도 지탄의 대상으로「클로즈업」 됐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급「템포」의 확대재생산→수출의 비약적 증가라는 일본경제의 고도성장 노선상에서 『제철 「플랜트」로부터라면』까지를 수출, 중추적 역할을 다해온 대 상사들의 행동양식이 이제는 일본 안에서까지 더 이상 수용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음을 밝혀주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비단 대 상사의 경우 뿐 아니라 결함상품·방위산업비판 관련, 대기업 전체에 대한 반발로 결집되고 있으며 4대 공해재판에서 기업 측이 한결같이 패소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렇듯 맹렬한 여론의 공격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나마다」 공해 발생원이었던 「일본질소비료」 사장이 환자 가족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한 얼마전의 사태는 금후의 일본경제의 흐름을 바꾸어 가는 하나의 기념비적 사건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업비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치자금수수 등에 얽힌 정·재계의 유착관계에까지 초점을 가누어가고 있기 때문에 정부·자민당과 재계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고조되고있다.

<자민당 정부에 반감 커>
이렇듯 급작스러운 일본국민들의 대기업관 전환의 배경에는 「가치관의 변화」라는 극히 원천적인 사태가 잠재한다.
공해·주택·교통난과 물가고 등에 고민하는 일본국민들은 지금 『개미처럼 극성스럽게 일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기본적 회의와 마주 서 있다. 때문에 그들은 「이커노믹·애니멀」이라는 외국의 비판을 절실한 「실감」으로 받아들여가고 있으며 그러한 의식의 변화가 복지에 소홀했던 성장위주정책에 대한 반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정책의 하수인이었던 개개기업, 그 집단으로서의 재계·입안자인 정부·자민당에 대한 반감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동경대학의 『촌상 수는 이러한 변화 「자본주의 대 사주의」에 대신하는 새 문제의식으로서 「산업사회 대 탈산업사회」라는 「테마」가 나타난 것』이라고 규정, 60년대의 후반서부터 급격히 표면화한 대학분쟁·공해 및 도시문제, 성범죄 등이 「풍요화의 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데 원인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윤추구 비난은 부당>
따라서 지금 일본에서 「성장보다 복지」(정부) 「이윤보다 사회적 책임」(기업) 「조직보다 개인」(샐러리맨) 「대량소비대신 절약」(소비자)이라는 일련의 가치관의 변화에 대한 요청이 널리 제기되고 동시에 활발한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자민당은 성장보다 복지라고는 하나 복지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한 배경으로서 지금까지의 고성장정책이 소득수준을 상당히 이끌어 올린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 기업 측은 기업의 이윤동기는 어느 의미에서는 당연한 것이며 따라서, 이윤추구행위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부당하다고 반론하고 있다.
특히 일본열도개조론이 지가 고등, 자주유통미 제도의 결함이 쌀 매점, 과잉유동성 공급이 전반적 매점선풍을 유발케 한 정부 책임이 추궁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대량소비풍조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 역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혁돼야 한다는 점에 관한 한 각계의 견해가 일치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자민당은 이대로 방치한다면 자민당의 인기가 급강하, 오는 7월의 동경도 의회선거와 내년의 참의원선거에 참패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대기업 압력을 강화하는 한편 정책기조를 실질적으로 전환시킬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또 재계에서도 최근의 사태를 몇몇 기업의 문제만이 아닌 재계 전체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자칫하면 자유주의경제 그 자체가 뒤흔들릴 가능성을 우려, 다각적인 포석을 펼치고있다.

<고전적 기업관의 탈피>
산업계획 간담회는 얼마 전 「산업구조의 개혁」에 관한 제의를 공개했으며 경제동우회도 「사회와 기업의 상호신뢰 확립」에 관한 모임을 갖고 ⓛ복지경영철학의 확립 ②구체적인 사회공헌목표설정 및 실천 ③환경과 「인플레」에의 도전 등의 관점에서 경영자들이 발상을 전환할 것을 다짐했다.
이를테면 『이기심에 바탕을 두고 자유경쟁 원리에다가 기업이 발전해 가면 그 자체가 사회발전을 가져온다』는 종전의 고전적 기업관에서 탈피, 『기업은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자각에 투철』해야하며 『눈앞의 기업이익만을 지나치게 추구하다가는 통제주의를 자초, 스스로의 묘혈을 파게될 것』(목천전 대표간사)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기업체질개혁 힘들 듯>
한편 개개기업들도 쌀 매매업무중지, 매입한 도시지역 토지의 공공기관이관, 녹화투자, 공해방지대책 강화 등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재계의 관계 및 기업의 생리 등으로 미루어 자민당정부의 대기업 견제행동이 어디까지 철두철미하게 이루어질 것인지 의문이며 기업의 이윤추구자제 문제도 이윤동기와 사회적 책임의 한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뚜렷한 방향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재계가 밝히는 대책들은 「총론」(원칙)에는 찬성이나 「각론」(세부대책) 에서는 설득력을 잃고있다.
심지어 전중정권의 최근의 움직임은 『재계와의 관계가 극히 순탄치는 못했던 전중파 내각의, 대 재계발언권을 강화키 위한 포석』이며 따라서 한 두개 기업이 일벌백계의 희생물이 될 뿐 근본적 기업체질 개혁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리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의 일본기업비판 이외에 심각한 세계적 자원부족현상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일본경제, 따라서 일본기업들이 적어도 현재상황에 안주할 수 없게 될 것만은 명백하며 그 점에서도 하나의 불가피한 전환의 고비에 다다라있다는 일반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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