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없음, 톱타자 확실, 우승권 전력 … 그래서 텍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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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 뉴욕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은 모든 선수가 입고 싶어한다. 그러나 추신수(31)는 최고를 추구하는 양키스를 거부하고 텍사스를 선택했다. 추신수에게는 돈과 가족, 그리고 명예를 모두 잡기 위한 최상의 선택이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지난 19일(한국시간) “추신수가 양키스가 제시한 7년간 총액 1억4000만 달러(약 1478억원)의 계약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추신수가 22일 7년 1억3000만 달러에 계약한 텍사스보다 1000만 달러(약 99억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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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추신수는 양키스보다 텍사스에서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다. 뉴욕은 연방세와 함께 8.82%의 지방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미국 거대 석유 생산지인 텍사스는 지방세가 전혀 없다. 지방세가 많으면 석유 기업들이 굳이 텍사스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FOX스포츠는 “추신수가 받는 연봉 총액은 양키스에서 받는 1억4700만 달러(약 1559억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추신수(31·텍사스)의 아내 하원미(31)씨는 21일(한국 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 무빈(왼쪽)·건우(오른쪽)군과 딸 소희양이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 야후스포츠는 22일 이 사진을 게재하며 ‘추신수가 텍사스와 합의하기 전 찍은 사진’이라고 전했다. 텍사스가 추신수를 영입하기 위해 그의 자녀들에게 맞춤 유니폼까지 선물할 만큼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유니폼 등번호는 추신수가 2007년부터 달았던 17번이다. [CBS스포츠 캡처]

 세 자녀를 둔 ‘가정적인 남자’ 추신수는 주변 환경도 따졌다. 야구에 큰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도 가족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시하고 싶어했다. 그는 ML 진출 후 시애틀과 클리블랜드·신시내티 등 미국 내 중소도시에서 생활했다. 반면 양키스의 연고지 뉴욕은 LA와 함께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추신수가 LA에 다녀온 뒤 ‘정신이 없다. 여기서 어떻게 사나’라고 하더라. 한국인이 너무 많거나 없는 지역을 싫어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텍사스는 뉴욕보다 한인이 적지만 한국 직항 비행편이 있을 만큼 갖출 것은 갖췄다.

 추신수가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팀 전력이다. 추신수는 그동안 시애틀·클리블랜드 등 약체팀에서 주로 뛰었다.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건 올 시즌 신시내티가 처음이었다. 그는 시즌 종료 뒤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양키스와 텍사스 모두 우승권 전력이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최다 우승팀(27회)으로, 2009년 정상을 밟았다. 1961년 창단한 텍사스는 2010년과 2011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신흥 강팀으로 성장했다.

 또한 텍사스는 기회의 땅이다. 양키스는 최근 계약한 제이코비 엘스버리(7년 1억5300만 달러)와 카를로스 벨트란(3년 4500만 달러)을 포함해 브랫 가드너·버논 웰스 등 외야 자원이 넘친다. 스즈키 이치로가 백업 선수로 분류될 정도다. 추신수가 자칫 부진할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반면 텍사스는 확실한 1번타자와 외야를 보장한다. 올 시즌 타율 0.278과 0.260을 올린 알렉스 리오스와 레오니스 마틴 등이 주전 외야수다. 또한 텍사스의 홈 구장인 알링턴 파크는 타자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마운드에는 일본인 메이저리거 다루빗슈 유(27)가 뛰고 있다. 다루빗슈는 2년간 통산 29승18패를 올렸는데, 일본 언론은 “추신수가 합류해 다루빗슈가 지키고 있는 텍사스 마운드를 돕게 됐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텍사스의 추신수 영입을 성공으로 평가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은 “텍사스가 추신수의 영입으로 오프시즌 승자가 됐다. 텍사스보다 성공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팀이 없다”며 “뛰어난 투수진과 함께 우승 후보로서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송재우 해설위원도 “텍사스는 현재 우승 전력에 가장 근접한 팀이다. 추신수의 영입으로 약한 타선이 한층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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