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거류민단의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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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회는 최근 외국인들의 출입국에 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출입국 관리령 개정안을 심의중이다. 이 법안은 『범법 또는 정치적인 음모에 가담한 것이 밝혀진 외국인의 추방』을 골자로 한 것이나. 주로 한국인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일 거류민단은 22일 이에 반대하는 항의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재일 교포들의 법적 지위에 관해서는 한일기본조약에서 영주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강제퇴거의 사유를 극히 제한했다. 조약 제3조가 특정한 중죄를 범하여 형에 처해진 자를 제외하고는 강제 퇴거당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국민의 법적 지위 및 대우에 관한 일본 국과 대한민국과의 사이의 협정의 실시에 따르는 출입국관리특별법』도 그 제6조에서 강제퇴거사유를 극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은 조약에 따른 당연한 규정이다.
따라서 범죄 및 정치적 음모, 파괴활동의 혐의가 있는 외국거류민과 외국방문객의 추방을 목적으로 하는 법개정이 있다 하더라도 일본영주권이 인정돼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정부가 출입국관리령을 개정하여 강제퇴거사유를 추가한다 하더라도 영주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서 영주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재일 교포의 경우, 이 강제퇴거의 규정이 어떻게 발동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수차에 걸쳐서 출입국관리령을 개정하여 강제퇴거사유를 추가해왔는데 그 중에는 『일본국 헌법 또는 그 하에 성립된 정부를 폭력으로 파괴할 것을 기도, 주장하거나 또는 이를 기도, 주장하기 위한 정당기타의 단체를 결성 또는 이에 가입하고 있는 자』 및 『불법 정당단체를 결성하거나 이에 가입하거나 밀접한 관계를 갖는 자』 등은 추방할 수 있도록 했었다. 따라서 이번 개정은 그밖에도 범법의 예비·음모에 가담한 자까지를 이에 추가하려고 한 것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는 일본의 국내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재일 교포의 경우, 해방 전에 일본서 출생한 한국원적인도 희망에 따라 일본 국적이 주어져야한다는 주장에는 충분한 타당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에서 일본인의 자녀로서 출생하여 일본서 자란 사람을 그 부모의 원적이 한국이라는 사실하나로 외국인으로 취급하여 자력이 있고 유능한 자는 다투어 일본인으로 귀화케 하고 무 자력한 자는 강제 퇴거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은 적어도 공정한 처사라고는 할 수 없다.
인도적인 견지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을 당시 한국인을 강제로 징병·징용해 가서 사역하다가 한 푼의 보상 없이 국적을 박탈하고 무국적자로 만드는가 하면, 「사할린」 등지에서 이국의 재가 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사실은 그 뒤에 맺어진 한일 기본협약의 조문을 떠나서라도 결코 문명국가의 처사일 수는 없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자국인으로 취급하고, 자기나라에 불리한 경우에는 타국인으로 취급하여 우리 동포들로 하여금 이국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는 사실은 결코 용인되지 않을 국가적 몰염치 행위로서 일본 조야에서도 이를 지탄하는 소리가 높은 것이다.
일본인은 재일 한국인의 처우에 대하여 조약의 미비점들을 빙자하여 천대를 시도할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안목에서 선린우호의 길을 트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성의표시는 우선 「사할린」 등지에 있는 교포들의 송환에 일본정부가 보다 적극성을 보임으로써 실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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