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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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날씨가 꽤도 변덕스럽다. 꾸물거렸다가도 활짝 갠다. 후덥지근하게 덥다가도 갑자기 늦가을 날씨처럼 차가워진다.
봄 날씨란 본래 변덕스러운 법이긴 하다. 특히 4월의 날씨는 그렇다.
『4월이여 4월이여.
그 소녀다운 웃음을 활짝 펴 보라. 그리곤 또,
그 소녀다운 눈물을 조용히 흘려 보아라.』
「윌리엄·워트슨」의 『4월의 노래』라는 시 한 구절이다. 4월에 태어났다는 「셰익스피어」도 노래했다.
『오 얼마나 이 사랑의 봄이 4월의 불안스런 영광을 닮았는가…』고.
아무리 봄 날씨가 꾸물거리고, 음산해도 봄은 봄이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그건 5월에 꽃을 피게 하기 위한 비일 뿐이다.
어제 일요일에 고궁을 찾은 행락객이 20만명을 헤아렸다 한다. 마지막 벚꽃놀이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벚꽃이 없어도 그만한 인파쯤은 봄나들이에 나갔을 것이다. 봄, 그리고 일요일. 마음이 들뜨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에 밝혀진 통계에 의하면 서독에서는 일요일에 태어나는 어린이 수가 엄청나게 줄어 들고있다.
작년 통계로는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하루 평균 2천3백명의 어린이가 태어났다. 여기 비해 일요일의 출생자 수 평균은 불과 2백50명뿐.
까닭인즉 의사와 간호원들이 주말을 마음놓고 즐기기 위해서라 한다. 그래서 주사로 8시간 내지 10시간 분만을 늦추거나 아니면 반대로 진통을 유발해서 예정보다 일찍 낳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종의 「레저」공해라고 할수도 있다. 그렇다고 산모들이나 그 가족들 사이에서 별다른 비난이 일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레저」란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되어있다. 세계는 완연히 「레저」의 시대에 들어간 것이다.
주말이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하기 위해서만 있는 것처럼 여겨왔었다. 곧 노동을 위한 휴식이라는 뜻 이외에는 별로 뜻이 없었다. 이제는 「레저」를 즐기기 위해서 일한다는 의식이 자리잡혀가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일본의 각계에서도 주 5일제가 정식으로 논의되었다는 소식이다. 「레저」의 시간을 그만큼 늘리자는 뜻만은 물론 아니다. 주에 5일씩만 일해도 충분하다는 까닭에서이다.
이유야 어떻든 주 5일제가 되면 그만큼 「레저」의 시간은 더욱 늘어나게 마련이다. 「샐러리맨」에게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레저」란 역시 풍요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 또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아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모처럼 주말이 돼도 누릴 수 있는 「레저」가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주6일제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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