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 기근」 심각한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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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풍요 속의 빈곤」이라더니 미국의 노동시장이 지금 바로 그 꼴이다.
공식 집계된 실업자만해도 4백80만이라는 미국에서 각종 기술자의 심각한 부족을 겪고 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
주요핵심산업의 숙련노동자 부족현상은 미 전역에 걸쳐 광범할 뿐 아니라 그 정도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어떤 지방에서는 노동자를 라이벌기업의 주차장에서 뺏어오는 「해적」행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다른 곳에서는 현찰 「보너스」나 승급을 미끼로 다른 회사의 기술자를 유혹해 가기도 한다. 일손이 심각하게 모자라는 산업은 각종 기계거래부문, 「엔지니어」·간호원·「트럭」운전사·기계공·특수조리사·재단사·영양사·유기화학기술자·금속전문가 등 매우 광범하다.
기술자탐색에 지친 일부 경영주들은 반숙련공이라도 「스카우트」해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반숙련공의 태반은 아직도 실업자로 남아있는 실정.
지난 2월까지 한해동안 주요업체의 취업증가를 보면 「서비스」부문이 가장 많아 1백82만2천명을 기록했는데 이 중에도 도·산매업, 기타 「서비스」, 정부부문 등이 특히 현저한 취업증가를 나타내었다.
제조업부문은 기계·전기제품·수송기기 등이 크게 늘어났으나 건설부문과 광업부문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기술자 부족현상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있어 기술자확보전선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심지어 서부해안도시에 산재한 반도체공장들 조차도 초「미니」부품을 조립하는 여공「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술자를 유혹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로 승급에는 물론 집집마다 전화를 걸어 직접 꾀어낸다. 『우리 직원들은 경쟁회사로부터 하루평균 4회의 유혹 전화를 받고있는데 대상은 1급 기술자로부터 단순기능공에 이르기까지 구별이 없다』고 한 회사간부는 투덜댄다.
이 같은 북새통에 덕보는 측은 기술자로 작년까지 연봉 1만5천「달러」의 5년 경험 기술자 임금이 올 들어는 2만∼2만5천「달러」로 껑충 뛰었고, 회사 주식을 나누어주는 곳도 있다. 어떤 의사는 5천「달러」의 현찰 「보너스」 외에도 이적 수당을 제공하겠다는 미끼도 내건다.
고용주들은 채용한 뒤에도 그들을 도로 놓치지 않으려고 갖가지 혜택을 제공한다. 가주의 VTN회사 같은 데서는 체육관과 「사우나」 탕을 지어주었고 어떤 회사는 「풀」장을 마련한 곳도 있다.
『이들은 시간당 50「센트」만 더 준대도 당장 직장을 옮겨간다. 이제 아무도 야간작업을 하려하지 않는다』며 회사간부들은 한숨짓는다.
예를 들어 「워너·스웨이지」회사는 6천4백 명의 미숙련공을 자체 교육시키고 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기술교육과정을 이수토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 교육관계자는 『이제 우리는 유치원에까지 찾아가 어린이들에게 기술은 매우 가치 있는 곳이라고 가르쳐야 될 판』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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