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까사또」부자의 「당진명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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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세기 임진란 직후 한국에서 끌려간 도공들에 의하여 일본 도예계에는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현대 일본 도예의 원류를 소급하면 그들 도공과 요지가 으례 지목되게 마련인데 특히 그들이 다수 집단정착한 곳이 서부 일본의 좌하·장기지방이며 이 고장의 전통적 도자기를「당진품」 또 「당진소」라 해서 예부터 유명하다.
그 좌하에서 13대째 요업을 계속해 지금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도예작가의 한 사람인 「나까사또」(중리종백·78)씨가 아들 중리충부씨의 작품과 함께 한국전(중리태낭우위문 부자전)을 마련했다(16일∼21일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말하자면 선향의 첫 방문전이라 할까.
이 도예전에는 부자의 작품 54점뿐 아니라 선조의 작품 16점을 곁들임으로써 한국의 도예와 보다 인연 깊은 당진요의 정통을 실증해 보여주고 있다. 18세기 작품인 「회당진호」라는 조그만 항아리는 우리의 민요에서 만든 철사초문호와 너무도 같은 것임을 느낀다. 접시나 병에서도 그런 소탈한 한국계 요예의 솜씨가 발견되는데 다만 술병(덕리)과 접시 등 일부작품이 그들 나름의 기형과 색감을 감출 수 없다.
부자의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일본에 토착화한 도예품인데 더러 백자와 분청의 항아리, 대접(다반) 등에서 한국 도예품에 대한 애착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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