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크메르 정부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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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반정부군이 계속 「프놈펜」 외곽지대를 죄어들고 있는 「크메르」의 위기는 이 도시를 방어하는 「론·놀」군의 능력에 대한 불신 때문에 더욱 높아가고 있다.
현재 「론·놀」정권을 지탱해 주고 있는 큰 힘은 반정부군 근거지에 대한 미 공군기의 폭격과 고립상태에 빠진 「프놈펜」에 대한 미국의 보급활동 뿐이다.
정작 「크메르」방어의 바탕이 되어야 할 군의 실정은 『천하에 둘도 없는 군대』라는 평을 받을 만큼 엉성하기 짝이 없다. 25만의 총 병력 중에 12∼13세 짜리 『용사』가 수두룩한 것은 접어두고라도 전투에 직접 참가하는 『여장부』군인들만도 1만 5천명이나 되고 있다. 「크메르」군대에서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부대의 이동과 함께 이루어지는 민간인들의 대규모 행렬.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군인의 가족들이 주렁주렁 따라다녀 군대의 주둔지는 마치 피난민 수용소와 같이 북적댄다,
병사가 전사할 경우라도 미망인들과 자녀들은 막사를 따나지 않고 대신 복무하기를 자원하는 판이다. 군대를 떠나면 생계가 막연하기 때문이다. 더우기 골치 아픈 일은 장교들의 부패상.
이들은 부하가 전사하더라도 보고하지 않고 정부에서 이들에게 지급하는 봉급으로 자기 호주머니를 채운다는 것이다.
해마다 3억「달러」 군사원조를 하는 미국정부에 조사한 결과 수천 명이 이미 전사하거나 실종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간혹 상부에서 조사가 있을라 치면 지휘관들은 갑작스레 치르지도 않은 전투에서 막대한 병력손실을 입었다고 허위 보고하는 것은 식은 죽 먹듯 하고있다.
더욱이 걸작인 것은 12∼13세 짜리 어린이들과 부녀자들을 일선 전투에 참가시키지 말라고 누가 옆에서 귀띔이라도 하면 지휘관은 『천만의 말씀! 여자 군인들은 매우 효용가치가 있답니다. 공격명령을 내려 여자들을 앞세워 나가게 하면 남자들이 이들을 보고 흥분되어 뒤따라 뛰어나가거든요』라고 자랑하는 새로운 『전투 심리술』이다. <슈피겔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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