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 협박 다음 날 … 정부, NSC 상임위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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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는 보복행동이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이다.”(북한 국방위 정책국 서기실)

 “만약 귀측(북한)이 도발한다면 단호히 응징하겠다.”(국방부 정책기획관실)

 남북은 19일 판문점에 설치된 군 통신선을 이용해 전화통지문을 주고받았다. 북한은 지난 17일 우리 보수단체들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3대에 걸친 최고지도자 화형식을 ‘특대형 도발’로 규정하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중앙일보 12월 20일자 1면

이에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 일어날 경우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응징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현재 대비태세도 강화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 위협은 장성택 처형 이후 흉흉해진 민심을 다잡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란 게 정부의 분석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뒤 장거리 미사일 발사(지난해 12월)와 핵실험(2월)을 실시한 뒤 주민 결속을 시도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와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 위협이 장성택 처형 일주일 만에 나온 점에 주목한다. 앞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내년 1~3월 초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고,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장성택 처형은 추가 도발의 전조”라고 분석했다. 실제 도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의 특이한 동향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의 전방 지역에서 무선통신이 늘어나고, 포탄을 장전하지 않고 격발하는 비사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동계훈련 차원인지 기만전술인지는 모르지만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설화를 결정한 데 이어 20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하도록 하고 기구도를 발표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인 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북한 정세가 불투명해진 만큼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한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언론을 통해 발표하지 않고 비공개리에 전통문의 형식을 택한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일성 일가 3대가 화형식을 당했다는 사실은 북한 주민들에게 소개할 수 없는 내용 ”이라며 “지도자를 신처럼 받드는 북한 체제의 속성을 고려하면 대남 분야 담당자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도발에 무게가 실렸다기보다 김정은의 이미지와 리더십 손상을 막고 김정은 체제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한 데 방점이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전통문 수신지를 국방부나 통일부가 아닌 청와대로 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초대형 도발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게 할 경우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이어지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긴장 고조와 공포정치를 위해 도발을 할 수도 있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중국이 등을 돌리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돼 오히려 체제 유지에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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