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 땐 중국도 안 참아 … 강력한 제재 나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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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두통.’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 지도자들의 대북관이다. 그리고 북한이 도발하면 그 두통은 강력한 대북 제재로 변할 것이다. 중국 국무원(행정부) 외교전략 자문역(참사) 스인훙(時殷弘·62·사진) 런민대(人民大)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확신이다. 그는 중국 최고의 국제 전략가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미국의 세계 전략과 동북아 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 16일 스 교수를 인터뷰했다.

 -장성택 처형 배경은.

 “권력투쟁 등의 말이 있지만 북한의 본질을 봐야 한다. 북한은 왕조 정권이 아닌 왕조 독재정권이다. 왕조는 세습은 하나 2인자나 3인자를 위한 권력 안배를 용인한다. 그러나 왕조 독재정권은 어떤 형태든 권력을 가지면 제거하게 돼 있다. 장의 처형은 김정은의 권력에 대한 자신감 결여와 왕조 독재권력의 본질적 잔인성을 의미한다. 앞으로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올 것이다.”

 -누구를 말하나.

 “단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박봉주(내각총리)라고도 하는데 그는 제2, 제3의 권력을 가질 인물이 아니다. 최용해(인민군 총정치국장)는 이미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영호(북한군 총참모장)와 장성택 제거에 공을 세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파벌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그도 (숙청의) 예외가 아니다.”

 -김정은 권력은 견고한가.

 “김정은 정권이 막 출범했을 때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당과 내각·군에) 북한의 안정을 위해 모든 도움을 주라고 지시했다. 그런데도 장에 대한 숙청이 진행됐다.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북한 정권이 훨씬 불안하다는 증거다. 특히 김정은이 너무 거만하고 즉흥적이다. 미국· 한국에만 거만한 게 아니고 중국에도 거만하다.”

 -시진핑 주석 등이 화가 나겠다.

 “그분들이 직접 얘기를 안 해서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이 중국 지도자들에게 두통이라는 사실이다. 중국 지도자들 사이에선 아직 북한 문제를 놓고 약간의 시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전략적 가치로서) 전통적 의미의 북한과 (한반도 불안을 조장하는) 현실적 의미의 북한 사이의 고민일 것이다.”

 -장성택 사건으로 중국의 대북 정책에 조정이 있나.

 “대북 정책 등 민감한 대외 정책은 국무원이 아닌 시진핑 주석이 직접 챙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 발전을 바라는 중국의 외교 정책은 한두 개 사건으로 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북한이 도발해 지역 안정을 해치는데도 그런가.

 “그럴 경우 중국도 참지 않을 거다. 곧바로 유엔·미국·한국과 협력해 대북 제재를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상황 논리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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