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금융시장] 中. '카드發 대란' 조마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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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사의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자칫 신용카드 발(發) 금융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벌써 기관투자가들이 카드사들이 발행한 채권(카드채)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카드채의 금리가 치솟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금융계에서는 46조원에 이르는 카드채의 부실화로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실의 늪에 빠진 카드사들= 2001년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리던 카드사들은 지난해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하더니 올 1월에는 모든 카드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K카드사는 올 들어 매달 1천2백억원씩 부실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의 부실 증가는 카드대금 연체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연체율(30일 이상)은 2001년 말 3.8%에서 2002년 11월에 9.2%로 치솟았고, 올 1월에는 11.2%로 상승했다. 카드사는 빚을 내 조달한 돈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올라가면 곧바로 손실이 생긴다.

카드사들은 이미 발생한 부실채권 6조3천억원 가운데 4조5천억원을 손실로 처리했고, 나머지 1조8천억원은 연체 이자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숨어있는 부실인데 카드사들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다.

카드채, 제2의 대우채 되나=투신사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카드사가 발행한 채권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카드채는 같은 신용등급의 회사채에 비해 금리가 0.7%포인트에서 최고 2%포인트 높지만 팔리지 않는다.

H증권사 채권팀장은 "카드채 물량이 잔뜩 쌓여 있지만 거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채의 만기가 몰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투신권의 환매 요청이 몰리면 카드사들은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책은 없나=카드사의 부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은 시간여유가 있다는 게 다행이다. 동양증권 유정석 연구원은 "LG카드나 국민카드는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 비중이 크지 않아 부실채권을 처리하면서 당분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부실을 털어낼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은 "현재의 위기는 카드업체들의 과당.출혈경쟁에서 비롯됐다"며 증자.합병 등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송상훈.장세정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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