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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다는 것은 곧 성취"-70회 생일 맞는 「첼로」의 거장 「피아티구르스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0세기 최고거장중의 한사람인 「그레고르·피아티고르스키」옹이 오는 17일로 70회 생일을 맞는다. 「바이얼린」의 「야사·하이페츠」·「피아노」의 「아르투르·루빈스타인」 과 함께 백만불「트리오」의 한「멤버」였던 그는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로스앤젤레스」 의 남가주대에서 후진을 기르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오래된 악기의 소리가 좋은 것처럼 오래 묵은 포도주가 맛있는 법이라고 말하는 그는 마치 봄볕을 쬐는 병아리처럼 희망에 가득 차 있으며 또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나이를 먹다는 것은 패배가 아니고 성취이며 모든 사람은 연륜을 쌓으면서 더욱 자신의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인생은 아름다운 위대한 선물이며 늙은이거나 젊은이거나 우리가 찾는다면 어디에나 그 아름다움은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는 연이어 담배를 물고 거장 「토스카니니」의 일화를 얘기한다.
병원 가기를 제일 싫어했다는 「토스카니니」가 90세 때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의사가 「토스카니니」의 심장이 30세 사나이의 것과 같다면서 그 비결을 묻자 「토스카니니」는 『왜 내가 여태 그 심장을 쓰지 않았을까』고 웃으며 대꾸했다는 것이다.
자기자신을 조금도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는 인생을 4계절에 비유, 노년을 겨울이라고 한다면 비록 봄은 돌아오지 않더라도 모기없고 더위없고 습기없는 겨울도 나쁠 것 없다고 말한다.
유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외로울 때가 많다고 말하는 그는 그의 지난 생애에서 기찻 속이나 낯설고 불쾌한 「호텔」방에서 보낸 수없이 많은 밤들을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그가 「첼로」를 배우기 위해 「러시아」의 집을 뛰쳐나왔던 11세 때부터 확고한 신념과 열의로 기꺼이 택한 길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가난했습니다. 추위와 굶주림에 떨면서 공원「벤치」에서 잠을 자야하는 어려움의 연속이었읍니다. 그러나 나는 인생에 있어서의 가장 큰 손실은 자만이라는 것을 알았었기 때문에 나 자신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읍니다.』 그는 인생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후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중의 하나가 되었고 「유럽」은행가 집안의 「재클린·로드차일드」와 결혼, 두 자녀를 두었고 다시 다섯 손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세대간의 「갭」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63년간 애용해온 그의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첼로」로그의 제자와 함께 2중주를 들려주었다.
젊은이들 특히 「첼로」학도들은 자기를 아직도 더 필요로 하고 있다고 자신하는 그는 그들이 좋은 연주를 들려줄 때 가장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젊은이들보다 많이 늙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육체적으로도 20세 때보다 더 나빠진 것 같지 않지만 정신적으로는 훨씬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는 또 『나는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는 한 인생은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아요. 그러나 죽음은 비극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고 말한다.
「피아티고르스키」는 널리 알려진 「체인·스모커」 9세 때부터 담배를 피워 오랫동안 습관이 돼왔다.
담배가 바로 독약이며 한때는 두 달 동안 끊었던 적도 있다는 그는 그러나 담배에 1백가지 해로움이 있다하더라도 담배를 갖는 즐거움에는 비할 수 없다면서 다시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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