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이 댓글 지시 … 대선 개입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국방조사본부는 19일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1월 11일부터 28만6000여 건의 글을 온라인상에 게시했고, 이 가운데 정치 관련 글은 1만5000여 건,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을 언급하며 옹호하거나 비판한 것은 2100여 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댓글 작업을 지휘했던 이모 530단장(심리전단장)을 직위해제하고 10명의 사이버사 요원을 형사입건했다고 덧붙였다.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맡은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이 단장이 서해북방한계선과 천안함 폭침 사건, 제주 해군기지와 같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대응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라’는 과도한 지시를 했다”며 “이 단장 본인도 351건을 게시했고, 수사가 시작되자 작전보안 차원에서 서버에 저장된 관련 자료를 삭제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윗선’의 지시에 의한 조직적인 개입이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사본부는 이 단장을 군 형법상 정치 관여와 형법상 직권 남용, 증거인멸교사죄를 적용해 이날부로 직위해제하고 불구속 기소 취지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이 단장의 지시를 받고 50건 이상의 글을 작성한 사이버사 요원 10명(현역 6명, 군무원 4명)도 정치관여죄 및 군인복무규율·SNS 행동강령 등의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조사본부는 그러나 이들의 행동이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 대응과 정책홍보 과정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기는 했지만 대선에 개입한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국방부는 이 단장의 지시로 삭제된 자료 복구가 마무리되면 추가 수사를 통해 전·현직 사령관과 추가 처벌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조사 발표는 논란을 불렀다. ▶군 형법상 정치관여죄(94조)를 적용하고서도 “대선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과 ▶전·현직 사령관들이 “심리전 대응 시 정치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받고도 이를 간과했다”는 걸 확인하고도 정년퇴임을 열흘 남짓 남겨둔 이 단장을 윗선으로 지목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사이버심리전 단장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워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국방부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용수·하선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