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자금 융자 조건으로 피임 요구|미의「무자식공약」에 신혼부부 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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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혼4개월을 맞은 해군수병 「마틴·레위크」와 아내 「캐럴」은 지금 살고있는 싯가 2만7천「달러」의 방2개짜리 집을 좀 큰집으로 바꾸기로 작정했다. 「마틴」의 수입은 해군에서 받는 연봉 6천「달러」뿐이고, 「캐럴」은 환경과학기술잡지의 편집차장으로 연봉1만1천 「달러」다. 이들 젊은 부부는 「버지니아」주의 「데이비스」주택금고에 융자신청을 했다. 현역군인인 「마틴」은 원유청의 보증까지 받았다. 그래서 새집을 장만했다.
그러나 이들 젊은부부의 꿈은 인간상실병에 걸린 이 나라 자본주의체제의 빙벽에 부딪쳤다. 「데이비스」주택금고는 융자의 조건으로「캐럴」에게 피임·낙태. 혹은 「마틴」의 피임조치를 통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요구했다.
「캐럴」은 민간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연방정부의 FDIC(연방저축보험회사)에 『세상에 이럴수가 있느냐』고 호소, 원호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원호청이 밝혀낸바에 따르면 젊은부부가 받는 주택융자에는 으례「무자식공약」이 따르고, 그래서 그 서면상의 약속을 「베이비문서」 「피임약문서」라는 별명까지 달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스」주택금자측은 『돈을 빌려주고 이득을 얻는게 우리의 장사인데 뭐가 잘못됐는가?』고 반박이다. 은행돈으로 집을 마련한 젊은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대개는 직장을 그만두고, 그렇게 되면 매달 2백13「달러」의 주댁월부를 갚을수가 없으니 피임약속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충격적인 것은 GNP가 1조를 돌파하고 개인소득 4천 「달러」가 넘는 미국이라는 「모원」에서 젊은 「캐럴」들과「앤」들과 「낸시」들은 앞으로도 산부인과의사가 발행한 피임진단서를 첨부해야 「마이·홈」을 마련할수 있다는 이 나라의 사회·경제체제의 현실이다. 미국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체제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김승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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