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국회… 새 질서 속의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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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대 국회의 첫 집회는 6일간 원의 구성과 정부가 지정한 총리 인준 등 인사 안건만을 처리하고 폐회한다.
이는 이번 임시국회가 박정희 대통령의 소집 요구로 개회됐고 대통령의 요청으로 열린 국회는 대통령이 정한 회기 안에서 정부가 지정한 의안만을 심의해야 한다는 새 국회법 규정 때문이다.
대통령이 이번 회기에 내놓은 의안은 △대법원장과 국무총리 임명동의 요청안 △헌법위원선출 △중앙선관위원 선출이다. 대통령이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의 구성을 하는 것은 정부가 제안한 의안심의, 즉 국회활동을 하자면 원의 구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국회가 주말에 폐회되면 신민당은 재적 의원 3분의 1이상의 요구로 행하는 임시 국회 소집을 여당에 제의할 것이다.
신민당은 선거 부정의 여야 공동 조사, 비상 국무회의가 양산한 법률 중 긴급히 개폐해야 할 법안 처리 등을 위해 국회가 지체없이 다시 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당은 임시 국회 소집에 선뜻 응할 것 같지 않으며 여당의 동의 없이는 신민당 단독 소집이 불가능하다.
9대 국회는 △공화당 71석 △유정회 73석 △신민당 52석 △무소속 21석이다.
무소속 21석은 교섭 단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가칭 무소속 구락부 21석과 총선거 후 공화당에서 제명된 2석으로 구분된다.
이런 의석 분포에서 본다면 신민당의 52석이 여당과의 절충에 실패할 경우 무소속 구락부 21석과 행동 통일을 한다면 국회소집 요구서를 낼 수 있는 73석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소속 구락부는 친여 세력과 친야 세력이 섞여 있고 그 때문에 의회에선 여야의 중간 지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하면 무소속 구락부는 여야가 의회 운영에서 대치했을 때 그 어느쪽에 기울어선 행동 통일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회는 공화당과 유정회로 일원화된 1백44석의 여당과 야당인 52석의 신민당이 주축이 돼 운영해 갈 수밖에 없다.
야당은 종래 △국회의 단독 소집권 △총리와 국무위원을 상대로 하는 대정부 질문, 이 두 가지를 대여 투쟁의 주무기로 해 왔다. 그러나 이젠 단독 소집권도 없고 국무위원의 출석요구도 종래의 「30인 이상 요구」가 「원의 결의」로 그 요건이 강화돼 여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민당은 어떤 문제든 여당과의 타협을 통해서만 국회에서의 의사 관철이 가능하다.
그런데 여당과의 협상에서도 야당은 종전보다 어려운 입장에 있다. 종래의 야당은 여당인 공화당만을 상대로 교섭해 왔다. 그러나 9대 국회에선 여당이 공화당과 유정회로 일원화 돼 있어 두개의 교섭단체를 상대로 협상해야 한다. 물론 실질면에서 두개의 여당 교섭 단체는 정점에선 합치되는 한 세력이다.
그러나 유정회는 대통령의 추천을 얻어 국민회의 지·반 표결을 거쳤다는 선출 경로를 들어 스스로 국민회의의 수임 기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대야 관계에선 공화당과 똑같은 자세이기보다는 조금은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것 같다.
공화당이나 유정회가 원내 제1·2「그룹」간의 보조 일치를 더 앞세운다면 제3「그룹」인 신민당의 발언권이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제2「그룹」이던 종전보다 약화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4공화국 체제하의 국회를 두고 여당은 정쟁이 없는 능률적인 의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국회 운영을 지향한 것이 비상국무회의가 마련한 새 국회법이다.
소수당은 결국 다수 의사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 여당의 야당에 대한 주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의회에서의 야당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믿고 있고 이를 추구해 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자세에서 여야간엔 거리가 있다.
그러면서도 여당은 그들이 지향하는 극한 대립이 없는 여야 관계를 위해 야당의 요구에 얼마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를 알고 있다. 야당도 극히 제한된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그 테두리 안에서 실리를 쫓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 관계가 어떤 형태로 정돈돼 갈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국회 운영면에서 여당은 본회의에서의 대결이 여야간의 긴장과 대립을 고조시켰다는 분석에서 9대 국회에선 철저한 상임위 중심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임시국회 소집 문제는 국회가 폐회 중이라도 본회의의 사전 결의로 가능한 상임위 이용에서 출구를 열 가능성도 있다.
어떻든 이번 1주간 회의의 국회 폐회후 제기될 임시국회 소집 문제를 놓고 여야가 벌일 협상이 9대 국회가 세워 갈 새로운 질서와 체질을 가름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신 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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