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추기경단의 확대|후퇴한 「로마」인 일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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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로마=정신규 특파원】「바오로」6세는 지난 2월 30명의 추기경을 새로 임명하는 한편 3월5일 추기경단 회의를 소집하여 신임 추기경들의 임명식을 가졌다. 「바오로」교황은 네 차례에 걸쳐(65·67·69년, 그리고 이번 금년) 「현대 교회 쇄신」이라 특징지어지는 일련의 조치 중 하나로 추기경단을 확대하여 선출 제도 개혁과 더불어 대단한 용단을 내리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교황청의 구성폭을 넓혀 「카톨릭」교회의 국제성을 띠긴 했으나 「로마」의 권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보는 측도 있다. 더욱 최근 「네덜란드」 「벨기에」를 중심으로 대두한 급진 세력의 「러쉬」와, 또 교회의 「전체성」이 각 지방 교회가 안고 있는 다양성과 충돌하여 물의를 빚고 있는 시점에서 우려의 정도는 깊다.
수세기를 거쳐오는 동안 교황을 위시한 교황청(교황청)은 보수성이 강한 「로마」인의 독점물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1962년 공의회 이후 「그리스도」교의 세계성을 주장하는 새로운 신학의 거센 물결에 「카톨릭」교회는 「문호개방」이란 시대적인 요구에 굴복, 차츰 지역성(로마)을 탈피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30명의 추기경을 임명함으로써 전체 추기경 수는 1백44명으로(2월15일 「프랑스」인 「리나크」경 사망으로 1백45명에서 한 명 줌)늘어나 유사이래 최대 수를 보유하게 됐다. 이들 중 교황 선출권을 갖는 추기경 수는 1백16명으로 늘어나는 반면 나머지 28명은 80세, 혹은 그 이상으로 1970년의 교황 조치에 따라 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현 교황 「바오로」6세의 사임설이 나돌아 오고 있다. 교황은 종신직. 그러나 추기경 공직 정년을 80세로 못박은 교황이고 보면 틀림없이 자신도 앞으로 4년 후인 1977년 (1897년 태어남) 은퇴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면 현재 추기경단을 전제로 분석해 보면 차기 교황 후임은 어떤 성격을 띤 교황이 선출될 것인가. 무엇보다도 지역적인 분포를 중히 고려에 넣어야 할 것이다.
특히 보수와 진보 양대 산맥으로 구별되는「카톨릭」교회의 현황은 더욱 이를 뒷받침한다. 1백44명을 국적별로 나누면 「이탈리아」인 41명, 「프랑스」와 미국이 12명으로 뒤따른다. 선거권이 있는 추기경 l백16명중 「이탈리아」가 31명으로 역시 상대적인 다수를 점한다. 여기다 현 교황청 행정부에 보직을 갖고 있는 24명과 「로마」에서 활동하는 7명의 비 「이탈리아」인 추기경을 합치면 그래도 「로마」가 62명으로 과반수를 넘는다.
물론 그전과 같은 「이탈리아」인들이 절대 주도권을 잡고 있던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카톨릭」국가가 아닌 선교 지역 출신의 지방 교회 지도자들은 아직도 「로마」에 동조하고 있어 진보를 지향하는 교황이 나으리라는 기대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이번 임명받은 대부분의 신임 추기경들이 현 「바티칸」정책에 호응하는 분들뿐이라고 일부 진보 세력은 내다보고 있어 이러한 전망을 두텁게 한다.
누가 교황에 뽑히든, 진보나 보수주의자가 선출되든 오늘날의 교황은 그전처럼 절대 권력자가 아니되길 자신이 희망하고 행한다는 것을 현대의 교황들의 치적을 통해 알 수 있다. 소수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다수에 따른 교황의 결정에는 무조건 동의하는 「카톨릭」교의 생리가 분열을 막는 강점일 것이다.
이번 소집된 추기경단 회의에서는 임기가 만료된 교황청 행정부의 일부 추기경 및 주교들의 인사이동이 예상된다. 고위 직위를 포함한 전직원의 구성을 보더라도 점차 「로마」 일변도 색채가 퇴색 되어감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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