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시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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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겨울은 이상난동으로 별로 추위가 없었는데 요 며칠동안은 「꽃샘추위」치고는 좀 이른감이 있는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경칩도 지나고 봄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게된다.
이처럼 철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병도 많고 또 섭생이 소중하다고 예부터 믿어져왔기 때문에 이른바 「환전기둔화」이 심심치않게 거론될 것이 틀림없다.
다른 나라에 비해 환절기의 건강문제가 지나칠 정도로 관심의 대장이 되는 것은 그런대로 우리나라 보건의 특수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결핵의 감염율이 퍽 높은편인데 과거에는 이것이 더욱 심하여 20∼30대의 꽃같은 청 장년기를 결핵으로 짓밟힌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그리고 결핵의 발병은 봄에 대부분 일어났던 것도 특징적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영양상태가 좋지않고 주택·연료 사정 등으로 겨울에는 자연히한데 모여 지내게 되니까 가족끼리의 접촉감염이 많아지고, 이것이 겨울동안의 잠복기를 거쳐 봄철에 발병하기 쉬운 것으로 믿고 봄철환절기가 유죄(?)인것처럼 일반은 오해하기 쉬웠던 것이다.
지난날의 이야기이지만 심지어 의학계의 전문가 중에서도 봄에 결핵발병이 많은 이유로 『봄은 만물이 회생준동하는 가절이니 겨우 내내 기를 피지 못하던 결핵균이 활기를 띠어 그런 것』이라고 매우 도학적인 해석을 하여 「환절기유죄세」를 공공연하게 지지하는 글을 발표했을 정도였으니 일반대중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물론 겨울에서 봄을 통해 여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추운 환경에 적용했던 우리 몸이 기온이 높아감에 따라 체온조절의 방향이 정반대가 되므로 이를 재조정하기 위해 몸이 피로하기 쉽고 또 노근하고 졸려서 이른바 「춘곤」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환경변화에 대한 경상적인 생리적 반응이지 병적 상태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리적 반응의 부담으로 병에 대한 저항력이 좀 줄고 소강 상태에 있던 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를 전적으로 환절기에 그 책임을 들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몸은 환경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스스로의 건강유지를 위해 자율적인 생리적 조절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섭생의 필요성이나 그 정도에 관한 기본정보가 우리몸 스스로 느끼게 되어있다고 보아야한다.
졸리면 좀더 자면 될 것이고 노곤하면 적당한 휴식을 스스로 취하는 것이 바로 섭생이지 건강을 위한 비방이나 특수한 수칙이 별다르게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는 정보시대라고 한다.
또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에 관심이 크다.
등한히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매로는 지나친 생활의학 정보의 범람 때문에 일반이 현혹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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