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및 대학 입시 제도의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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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중 3병」·「고 3병」 등으로 불리는 과열 입시 준비 폐단이 교육적·사회 경제적으로 허다한 문젯거리를 야기 시켜 왔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래서 과중한 입시 준비 교육 때문에 빚어진 청소년들의 정서적 불안정, 신심 발달상의 저해, 학교 교육의 전반적 비정상화, 학교 차의 심화, 국민의 과중한 교육비 부담 등 폐단이 운위될 때마다 뭣인가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는 소리가 은연중 팽배한 국민 여론으로 대두하고 있었던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민 문교가 이번 74년부터 고교 입시에 있어서는 학군제 추첨 배점 방식을 채택할 것과, 대학 입시에 있어서는 시·도 단위 대입 예비 고사 사정 방식을 통한 해당 지역 대학 진학 방식을 실시키로 한다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개선 방안』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이같은 국민 여론을 참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문교부의 이번 개선 방안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있겠느냐, 또는 교육 제도의 근간에 관계되는 이같은 중대한 결정을 한번의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비밀리에 내릴 수 있느냐 등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면에서 약간의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입시 제도 문제가 갖는 일종의 폭발적인 관심도가 빚어낼 혼란이라든지, 또는 새 제도의 실시로써 예견되는 몇가지 긍정적인 효과 면을 상기할 때 논란보다는 도리어 많은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도 싶다.
교육적 견지에서는 무엇보다도 이번 개정 방안의 대전제로서 제시되고 있는 공·사립간 및 서울·지방 학교간의 격차 축소를 위한 몇가지 획기적 조치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도 특히 연내에 단행키로 한 부실 고교의 정비 조치, 학교 시설의 확충 보강, 교원의 질적 평준화를 위한 인사 교류 원칙 수립, 사립 학교 보조의 단행, 실업계 고교 및 지방 대학에 대한 집중적 지원 등은 꼭 실천되어야 할 과제들이다.
그렇게되면 질적인 의미에서의 교육 기회 균등이 촉진될 것이며, 그럼으로써 특정 학교 또는 대도시 학교에의 무리한 집중 경향이 완화되어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은 훨씬 경감될 것이요, 그밖에도 학교 교육의 전반적 정상 기능 회복, 실업 교육의 진흥, 지방 학교의 발전 가능성 등도 증대할 것이다』 그 반면 이 방안 역시 부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데 대해서도 눈을 가려서는 안된다. 사학의 자주성에 대한 원천적 침해 문제와 그 경영난 가중, 교육에 있어서의 획일주의적 경향의 증대, 전통 있는 명문교만이 부분적으로 수행할 수 있던 일종의 영재 교육적 기능 상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같은 측면들은 바로 민주주의 교육의 본질 문제와 연관되는 것인 만큼 입시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극도의 신중성과 적어도 그를 보상하는 사려 깊은 정책적 배려를 요하는 것이다.
이같은 문젯점의 소재에 대해서는 당국도 시인하고, 그나름대로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반갑다. 문교부는 일부 특수한 종교계 학교에 대한 예외 조치의 인정을 시사하고 있고, 또 학교 안에서의 신교 및 교육 활동의 한계를 실정케 한다고 명시한 것을 비롯하여, 수재 학생들을 위한 월반 제도 실시 및 대입 검정 고시 기회의 증대 등이 고려되고 있는 듯 하다. 또 고교 진학 탈락자를 위해 처음으로 방송 통신 고교 과정 및 단기 직업 기술 학교의 설치 운영이 언급되고, 그밖에 사립교 교원의 연금제 실시와 사립학교 운영비 보조 대책이 검토되고 있음이 밝혀진 점등도 반가운 일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사립 고교에 대한 국고 보조의 단행과 그 인적·물적 시설을 빠른 시일 안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하는 일련의 평준화 조치의 뒷받침 여부야말로 이번 입시 제도 개선 방안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라고 믿는다. 『보조 없이 간섭 없다』는 일반론에서만이 아니다. 서울·부산의 경우, 수적으로도 공립에 비해 압도적인 비중을 가진 사립 고교의 질적 평준화를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취해지지 않는다면 우리 나라 고교 교육은 사실상 학교를 떠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점 중학 무시험제 실시의 경우처럼 입으로 만의 지원이나 통첩상의 엄포로 그치고 만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끝으로 학교군의 구체적인 편성이나, 대학 입시에 있어서의 체력장 점수의 배점 문제 등 기술적·세부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중론에 붙여 최종적인 결정이 내려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