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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어른 도박흉내 장난감돈 노름 성행|현금처럼 몇 만원까지 걸어|잃으면 돈주고 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장난감 돈을 이용한 도박성놀이가 어린이들 사이에 널리 번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에서까지 주로 국민교생간에 성행하는 이 놀이는 장난감 돈을 현금이나「치프」처럼 거래하는「물주잡기」,「두 장 잡기」,「깔기」등 5∼6가지로 그 방법이 거의「포커」나「섰다」등 어른들의 도박을 흉내낸 것. 이 놀이는 학교주변이나 놀이터가 없는 골목길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교육전문가들은 이 놀이가 사행심과 낭비벽 등 어린이에게 나쁜 품성을 길러 줄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있다.
장난감 돈은 가로5cm,세로2.5cm크기의 마분지에 진짜 돈과 같은 도안을 앞쪽만 인쇄한 것. 학교주변가게 등에서는 지난해 10월께 부터 1원,5원,10원,50원,1백 원,5백 원, 1만 원짜리 등을 어린이교재용이란 명목으로 팔아왔다.
어린이들은 50장에 10원씩 주고 산 장난감 돈을 많을 때는 50만 원씩 걸고 골목 등에 몰러 앉아 따먹기에 열을 올린다. 장난감 돈을 많이 잃은 편은 딴 편으로부터 가게보다 헐값으로 현 딱지를 사들여 현금이 거래되기도 한다.
토요일인 지난17일 수업을 일찍 마친 서울마포구K국민학교 2학년 한 모군(9)은 학교 앞 해 문방구점에서 같은 반 윤 모군(8)과 장난 돈50만원씩 50원에 사「물주잡기」를 시작했다.「물주잡기」는 「물주」가 각각 액면이 틀리는 장난감 돈을 최고 5장까지 엎어서 낸 뒤 함께 따라냈던 「손님」의 딱지와 비교, 액면이 많은 편이 딱지를 모두 갖고 다시「물주」가되는 방법. 10분만에 50원어치를 모두 딴 한 군은『50원을 투자해서 50만원(장난감돈)을「도리」 했다』고 어른들의 도박용어를 예사로 써가면서 우쭐해했다.
잠깐사이에 장난감돈 50만원을 몽땅 잃어버린 윤 군은 돈을 딴 한 군에게 현 딱지50만원을 30원에 사들여 이번에는 「두 장 잡기」를 하자고 제의했다.
「두 장 잡기」는 1원∼1만원까지의 각종 돈 딱지14장을 액면이 보이지 않게 덮어 펴 놓은 위 2장씩을 집어보아 액면이 똑같은 것이 두 장 왔을 때는 「땡」으로 이기고 나머지는 2장의 액면을 합친 숫자가 많은 편이 이기는 방법. 마치 어른들이 하는 화투놀이의 「섰다」와 같았다.
윤 군은 돈을 잃으면서도『다른 소꿉장난보다 장난감 돈놀이가 훨씬 재미있다』면서 두 장의 딱지를 조심스럽게 까보는 시늉을 했다.
지난18일 하오2시쯤 서울성북구J국민교3년 최 모군(10) 은 집 앞 빈터에서 같은 마을 이 모군(11)등 4명과「두 장 잡기」를 한 끝에 장난감돈 12만원을 땄으나 속임수를 쓴 것이 드러나 잃은 어린이들에게 뭇매를 맞고 딴 것을 도로 빼앗기고 말았다.
최 군은 1천 원짜리 딱지1장을 숨겨 가지고 있다가 번번이 「땡」을 붙여 돈 딱지를 땄던 것.
학부형 안기호씨(36.서대문구돈암동)는 지난해12월 국민교4년짜리 맏아들이 마을 어린이들 3명과 함께 장난감 돈을 「치프」삼아 화투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놀라 화투와 장난감 돈을 모두 빼앗아 불태워버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포구공덕동 D문방구점주인 김모씨(47)는 지난해11월 초순 K국민교에서1학년학생 9백 여명 전원이 교재용으로 장난감 돈을 구임한 일도 있었다면서 요즘도 하루 10여명의 어린이들이 장난감 돈을 사간다고 했다.
장난감 돈은 지폐형 외에 동전형 등 2가지로 문방구나 완구점에서는 자전거로 배달해주는 행상들로부터 사들이고 있다,
상인들의 말로는 서울중구인현동 Y정판사를 비롯, 돈 딱지를 인쇄하는 곳은 서울시내에만 10여 군데가 된다고 한다.

<어른들이 책임져야>
▲윤태림씨(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장)=어린이들은 어른들의 행위를 모방하기를 좋아한다.
어린이들은 성인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듣고 하여 그대로 본받기 일쑤인데 어른들이 무엇보다 책임져야 하고 고쳐야 할 것이다.

<부모와 학교 유대를>
▲정룡해씨(서울 도희 국민학교 교장)=놀라운 일이다. 학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신경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고 학교와 유대를 갖고 치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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