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총력전 … 도요타 공세에 맞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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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기아자동차가 16일 서울 양재동 The-K 서울호텔에서 K7(왼쪽)·K5 하이브리드 신모델을 공개했다. [뉴시스]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 차량들을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4종의 신차를 출시한 것이다. 기아차는 16일 자사의 준대형 승용차인 K7의 하이브리드 모델 ‘K7 하이브리드 700h’(이하 700h)를 출시했다. 전날 출시된 현대차의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이어 현대·기아차 사상 두 번째의 준대형 승용 하이브리드카다.

 700h는 하이브리드 전용 세타2 2.4 MPI 엔진과 35㎾의 전기모터를 장착해 합산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구동력) 21.0㎏·m의 성능을 낸다. 연비는 어지간한 소형차보다 높은 16.0㎞/L다. 가솔린 가격이 L당 1900원이고 연 2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K7 3.0 가솔린 모델 대비 연간 128만원의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3440만원과 3595만원의 2개 등급으로 출시됐다.

 중형차 K5 하이브리드의 연식변경 모델인 ‘K5 하이브리드 500h’(이하 500h)도 함께 출시됐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18.3㎏·m의 하이브리드 전용 누우 2.0 MPI 엔진과 35㎾의 전기모터, 16.8㎞/L의 연비 등 제원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하지만 기존 모델보다 제동거리가 3.6% 개선됐고 앞바퀴 서스펜션 개선을 통한 안전성 및 승차감 향상, 소음차단재 강화를 통한 정숙성 제고 등 품질 개선이 많이 이뤄졌다. 가격도 2893만~3210만원으로 기존 모델보다 20만~30만원 인상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지난 4일 쏘나타 하이브리드 2014년형을 출시한 것을 비롯해 이달 들어서만 4종의 하이브리드카를 시장에 선보이게 됐다. 또 포르테·아반떼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준중형·중형·준대형에 걸쳐 6종에 이르는, 탄탄한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기아차는 이날 출시한 두 차량에 700h와 500h라는 새로운 명칭을 붙여주면서 이름 마케팅에도 나섰다. ES300h 등 렉서스의 차량들을 연상시키는 이 작명법은 차량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700h와 500h를 구매하는 고객이 향후 4년 내에 기아차 하이브리드 차량을 재구매할 경우 이전 구매분의 할부금리를 최고 393만원까지 돌려주는 파격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하이브리드 총력전’의 배경에는 고연비·친환경차 수요 증가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맞춤 답변’이 바로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 포르테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이 분야를 꾸준히 개척해 오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자체 개발한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특허사용료 부담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디젤차 기술개발이 비교적 미진하다는 점도 하이브리드 집중 현상을 설명해주는 요인이다.

 도요타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올 들어 11월까지 2449대(164% 증가)가 팔린 효자 차량 ES300h 덕택에 국내 시장에서 총 2903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했고 도요타도 2098대를 팔아치웠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2만1092대로 19.5% 감소했다. 사실상의 ‘탄소세’인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국산 가솔린 차량 소유자들은 2015년부터 대부분 50만~700만원의 협력금을 추가로 내야 하지만 탄소배출량이 적은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 프리우스 소유자는 오히려 200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본지 12월 12일자 1, 8면).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수요 증가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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