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 기수 문화에 언제까지 묶여 있을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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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에 뒤이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이번 주 중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수(期數) 문화에 따른 줄사퇴 관행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이러한 구태를 되풀이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는 공석 상태인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해 검사장급 이상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사법연수원 15기인 고검장급과 16기 지검장급 간부 중 상당수에게 “원활한 인사에 협조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5, 16기 중 7~8명이 용퇴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길태기 서울고검장과 황윤성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어제 사표를 제출했다.

 기수 문화는 사법연수원 기수를 기준으로 서열에 따라 승진하고, 동기나 후배가 윗자리에 발탁되면 줄줄이 사퇴하는 관행을 가리킨다. 이 문화는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20년 넘게 쌓아온 경륜을 한꺼번에 사장시킨다는 점에서 사라져야 할 문화로 지적돼왔다. ‘젊은 검찰’이 반드시 정의를 보장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1년에 한 번씩 자리바꿈을 하는 식의 숨 가쁜 인사가 정치적 줄서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작지 않다. 더욱이 이번 인사의 경우 김 신임 총장이 기존 고검장보다 선배 기수(14기)인 데다 나이(61세)도 지긋하다는 면에서 용퇴 요구에 명분이 없지 않은가. 결국 경륜보다 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60대는 돼야 검찰 수뇌부에 오른다. 50대 초·중반의 검사들이 고검장·지검장에 앉는 건 지나치게 빠른 게 사실이다. 검찰 조직의 연소화(年少化)는 고령화사회 대응을 위해서도, 조직 안정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년(63세)을 채우고 퇴임하는 검사가 0.4%(1990~2011년)에 불과하다는 것은 비정상이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기수 문화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