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방중과 한국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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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노이 방문을 마친 미대통령 특별보좌관 키신저 박사는 향항을 거쳐 다시 배경에 도착했다. 그는 앞으로 5일간 이곳에 체류하면서 중공 요로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키신저의 이번 중공방문 목적은 공식적으로는 『월남휴전에 따르는 전후처리문제』와 아울러, 지난 72년2월 「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 때 발표된 『미·중공 공동성명서에 입각한 양측의 공동관심사를 도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천명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권위있는 외국소식통들은 그가 중공 수뇌자들과 더불어 한반도문제를 반드시 토의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어 우리로서도 특별히 깊은 관심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맨 먼저 이같은 전망을 표명한 것은 「뉴요크·타임스」지 부사장 「제임즈·레스턴」이었지만, 이제 똑같은 추측기사가 「런던」과 「파리」에서도 나돌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키신저와 주은내 회담에서 한국문제가 중요안건의 하나로 거론될 것임을 말하고 있으며, 지난 9일 중공을 방문한바 있는 북한외상 허담의 행각도 중공이 이 회담에서 북한의 입장을 키신저에게 전달해 주도록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주지된 바와 같이 72년2월의 미·중공회담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중공은 북한의 입장을 각각 지지하고 서로의 입장을 달리 표명한바 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의 주·객관적 정세는 적지 않게 달라졌다. 몇 차례의 남북대화를 비롯해서 일·중공수교·월남전의 종결 등은 다같이 그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러한 사태발전 자체가 작년에 있었던 「닉슨」의 중공방문과 또 그를 위한 키신저의 빈번한 중공출입에서 직접·간접으로 작용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키신저의 5번째 중공 방문으로 그들의 접촉이 심화되고 더욱 활발해지면 자연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새로운 양해가 이루어 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우리가 믿기로는 그들 사이의 회담진척 여하간에 미국이 한국이나 자유중국에 대한 공약을 저버리고 중대한 후퇴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중공 관계 개선을 위해 중공의 요구에 따라, 한국과 자유중국 등과 관련된 기존여건을 기술적으로 변동시킬 가능성을 전혀 부인하지는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키신저의 중공방문과 때를 같이해서 주 자유중국 미군의 철수설이 나돌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좋은 예이다. 한편 키신저의 중공방문을 앞두고 중공·북한 외상회담에서는 한반도에서의 통일조건 조성 운운하면서 주한 미군의 철수와 언커크 해체를 다시금 요구했었다.
중공·북한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 내지 통일조건 형성을 위해 미군철수 및 언커크 해체를 되풀이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전연 이치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유엔 결의에 입각한 주한 유엔군 및 언커크는 긴장완화를 보장하면 보장했지 그것을 저해하지 않으며 그 존재가 바로 평화유지의 동인이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적침 세력간의 평화나 안정은 힘의 균형이란 바탕이 있음으로써만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논리를 생각하면 더욱 그런 것이다. 특히 긴장완화나 안정이 현상유지에 있는 것이라면 현 여건의 변동은 오히려 불안의 요소가 될 것이며 그에 상치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미·중공회담에서 중공이 한반도문제에 대해서 종내의 주장을 되풀이하면 그것은 단호히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물론이지만 그밖의 전반적인 동북아 문제에 대해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공동보조가 필요함을 이 기회에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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