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창열<경제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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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3년의 우리 경제를 나는 대 선회의 촉진 시기라고 강조한다. 한국과 한국인과 한국 기업은 비전 자체서부터 이미 세계화로 대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의 한국의 투자와 경영은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품종·규모를 선택하여 촉진될 것이다. 1백억불 수출과 1천불 소득수준도 전 지구를 우리의 시장으로 삼을 때 용이하게 달성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국산화 보호시대 지양>
우리는 이미 세계와 더불어 숨쉬는 진폭을 크게 갖고 있다. 더욱이나 다원화 시대이고 보면 국리민복을 위한 우리의 길은 피 원조시대, 국산화 보호시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지향과 준비와 투쟁이 요구되는 것이다. 오늘 코리언의 맥박 속에는 국제정세의 피의 흐름이 긴밀하게 시시각각으로 고동치고 있다. 한국 상품은 세계적인 정보망 속에서 성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지금 우리가 마련하고 청신호와 더불어 전속진군 하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초 ⓛ물가의 획기적 안정 ②과학기술의 혁신적 개발 ③내자동원의 극대화를 우리 경제의 기본 시책으로 삼고 그 실천에 전력하라고 지시하셨다. 특히「물가의 획기적 안정」을 모든 것에 앞서서 지적하셨다. 좀 전 자칫하면 미구려 사로 흐르기 쉽던 「안정·균형·성장」구호와는 판이한 역점과 신념이 보이는 것이 기쁘다. 분명히 우리나라 경제정책도 방향의 대 선회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72년에 통화량 41% 팽창>
정책방향은 다원화 시대에 맞게 선회되었지만 물가 3% 안정, 원가 5% 절감을 실현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인플레는 전 지구를 휩쓸고 있다.
고철·원목 등과 아울러 특히 양곡 가의 폭등이 우리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수입 인플레에 겹쳐서 수출 촉진은 생돈 등 국내가격을 자극시킨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것은 확대 인플레이다. 확장기의 투자수요는 국제적 규모 밑에 국내 안정을 위협할 것이다.
순수한 경제 인플레에 아울러 한국적인 재정 인플레의 위험성이 첨가된다. 밀가루 값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양득으로 적자를 보상할 방침이라고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감면세제는 재정적자를 가중시키고 있다. 주름은 72년 42·3%의 통화량 팽창으로 나타났다. 통화량이 이처럼 팽창하는 사회에서 아무리 직접통제를 강화한들 또는 국민협조가 적극적인들, 물가안정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1차대전 후 도이치의 인플레는 극심하였다.
그러나 국민경제는 건전하였다. 가격통제가 없었기에 생산은 계속해서 촉진되었던 때문이다. 인플레를 안정시킨 석은 통제가 아니라 렌텐·마르크였다. 2차 대전 뒤 서독의 물가통제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생산 위축과 교환질식으로 서독경제는 파괴되고 있었다. 라인강변의 기적이 나타난 것은 1948년의 통화개혁과 병행된 통제해제에 힘입은 것이었다.

<우선 산업 선정 세심히>
물가안정은 다원화시대 일수록 금메달 획득을 위한 제1기반이다. 현재 인류는 세계 인플레의 시련 속에 살고 있다. 국제교류가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지구이기에, 정보가 범람하는 사회이기에 인플레 대책, 또한 국제협력과 공동작전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미 한 나라만의 국내대책으로 극복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 나라가 만일 경제원리에 이단적인 독주를 하고 있다면 이것은 국내정책으로 수습해야 하는 것이며, 결코 세계 인플레의 탓으로 핑계삼을 수는 없다. 다원화 시대의 국리민복은 고립해서 추구되는 것은 아니다. 고립되지 않도록 협력적인 국내 시책을 추진해야 하며 비율 우위산업을 써야하는 것이다.
72년 우리는 18억불 수출에 성공했다. 국제정세는 금후도 우리에게 불리 보다는 유리한 면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안심하거나 오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라이벌이 있다. 대만은 69년에 10억불을 수출하였다. 72년엔 31억불로 최근 3년 간 40·6%의 평균 증가율을 나타내었다. 10억불 이전 5년간은 오히려 18·5%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100억불 목표는 76년엔 달성될 것이다. 안정, 경공업의 기술혁신, 저축 증대가 그들의 기반조성이었다.

<세법 개정 등은 고무적>
우리의 수출 증대는 목표달성위주로 매진된 것이었고 관민의 노력의 결정이었다. 목표 달성은 좋으나 시책방향 또는 목표주의에 묶여서 기반조성 위에 왜곡과 부작용을 나타내는 간헐시책이기도 하였다. 금년 들어 불과 한달 동안에 발표된 참신한 시책들이 눈에 뛴다. 관세율이 국산과당보호보다는 신규성장산업에 대한 적정보호로 조정되고 세법개정이 물품 세 인하로 전진하는 등 고무적인 것이 많다.
아쉽다면 이왕 선회의 전도를 투시하면서도 보다 과감한 대 선회를 실천하지 못하였다는 점에 있다. 업자 측에서도 선회에 적응치 못하는 근시안이 있다. 살충제 외국투자로 국내업계가 죽는다고 반대하는 따위가 그것이다. 다원화 시대에선 외국투자와 경쟁하는 산업만이 살아남을 뿐이다. 대한상의가「지나친 외자의존 말기를」건의하고 있지만 외자와 경합되는 중소기업이란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기업화 해야 할 것이 자본력 부족으로 중소기업화로 있다면 본질적으로 그것은 대기업이라야 하며 중소기업은 아니다. 다국적 기업과 독과점 자본 하에서도 다양한 최종 제품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항구적인 중소기업의 분야이다.

<3백억 불도 수출가능>
사회는 질서, 행정은 능률, 경제는 자유라고 김용원 회장이 8대 대통령께 건의 드린 표제가 생각난다. 우리 기업과 투자는 규모 및 자세에서 대 선회중이다. 우리의 잠재력은 기술혁신, 경쟁력 강화, 원가 절감, 저축 증대, 모든 면의 합리화 등 더욱 큰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대만이 1인당 2백불을 수출하고 있는데 우리라고 60불에 만족할 수는 없다.
3대 기본 정책이 지시하신 대로 실현된다면 81년 수출은 목표 1백억불이 아니라 3백억불로 될 수 있다. 목표 달성에만 조급하지 말고서 기반조성에 충실했던 대만처럼 연간 40%씩 증가한다면 분명히 3백억불로 되는 것이다. 허황된 수자라고 웃기 이전에 과대한 목표라고 떨기 이전에 차분하게 몇 가지 방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부미국은 우리의 영토라고 하였다. 국제경쟁은 가격과 품질이다. 강판과 강관은 중공업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계열화의 내용으로 볼 땐 최종 가공만의 전문제조업이다. 최종 가공에서 우리 기술과 생산성은 가격과 품질로 서부미국을 우리 시장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중화학공업은 어느 나라에서나 국방상의의가 크다.
그러나 자본 및 기술부족의 발전도상국에서는 투자 우선 순위에 들 수는 없다 물론 중공업은 산업 연관 효과가 크다. 또 장 차의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 원료산업의 국산화, 고도공업화, 계열화는 나 자신의 갈망이다.

<정열 앞서 타산적 시책을>
그러나 애국적 정열에 앞서서 타산적인 냉철한 두뇌를 먼저 존중하고싶다. 중공업 연관 효과를 발휘시키기 위해서는 개방국가에서는 최소한 등 품질·등 가격이 보장되어야 한다. 비싸게 치 면 도리어 부의 파급효과가 나올 뿐이다. 장 차의 성장산업이라고 하지만 보호육성 단계에서 국민저축 즉 재정보조와 금융지원이 비 인플레 적으로 공급 가능할 때 유치산업의 전도는 트이는 것이다. 가격과 재원에 무리가 없는 범위 안에 국한해서 중공업은 촉진되어야 한다.
경공업 위주로 대만은 1인당 2백불, 향 홍은 1천불을 수출하고 있다. 우리 재원을 비교 우위산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기술혁신에 과감하였더라면 우리도 이미 1인당 2백불 수출 선에 있었을 것이다. 3대 경제기본시책인 안정·기술혁신·내자동원이 메아리지며 우리를 다시 한번 고무시켜준다. 건전한 경제기반 위에서 다원화 시대의 국리민복이 증강될 수 있도록 전 국민의 분발이 요구되는 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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